은행가들이 모이면 예술을 논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을 논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산업으로써 창작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예술은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순수 미술을 떠올려 봅시다. 순수 미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화되어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화가들은 그림에 대한 값으로 사냥 음식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돈은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가에게는 더욱 그렇죠. 그것은 때때로 자존감과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존감과 자유는 예술가의 상징입니다.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쉽게 억압받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술가에게 끌리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나타난 신화적인 이야기 - 즉 예술가들은 물질에 소유되지 않으며 유유 적적한 신선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동안 예술가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했을 뿐입니다.
예술과 돈은 떼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술만을 위한 삶은 멋있어 보이나 때때로 비극적입니다. 돈에 얽메이지 않겠다거나, 혹은 대박을 터트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 어쨌거나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삶을 영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저는 예술가들이 이제는 돈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할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예술은 공짜가 아니라는 걸 주장해야 합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우리의 창작품은 보상받아야 합니다. 때때로 어떤 예술가들은 돈 앞에서 좌지우지되는 것이 싫어 계약서상의 권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도, 다음 작품을 위해서도, 또 앞으로 나타날 모든 예술가를 위해서도 이제는 따져야 할 때입니다.
잠시 한국의 예술 산업을 살펴봅시다.
창작가보단 학원 선생이, 만화가보단 대여점 주인이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요즘 작곡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은 자기가 부를 곡보다 아이돌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쩌면 화가가 되었을, 시인이 됐을 많은 사람이 게임 회사에 이력서를 집어넣습니다. 다른 산업에서는 정당한 보수를 받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작가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 독자들은 작가가 돈을 따진다고 비난합니다. 심하게는 그의 작품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예술가가 상업성에 물들었다고 비판하면서, 결국 상업적인 예술밖에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된것이죠.
요즘 예술가들이 자본의 노예가 되었다며 비판만 하실 건가요? 작가 스스로와 독자들이 가진 돈에 대한 그 비판적이고, 편협한 판단이 왜곡된 문화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작가들은 자기 검열을 그만두고 더욱더 자세히 계약서를 읽고,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당신 혼자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예술을, 자본가들에게 지켜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의 권리를 빼았으면서 말이죠.
산업구조 분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1차산업은 원시산업, 제2차산업은 공업과 광업, 제3차산업은 서비스업, 제4차 산업은 정보와 지식에 관한 산업입니다. 그다음 세대의 산업은 무엇일까요? 상상력의 세계, 즉 콘텐츠의 세계가 되리라 예측합니다. 앞선 산업은 대부분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하니 이제 인류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창작 산업은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산업이 될지 모릅니다.
이제는 농업 시대의 예술가를 생각해서도 안 되고, 공업 시대의 예술가를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되어야 할 시대입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예술가의 운명은 인류의 미래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니 예술가가 자본가 앞에서 계약서를 찢어버린다면 그는 지금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으니 응원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