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팔은 안으로 굽는다 (* 의식의 흐름 주의)

sleeprince(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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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RACIEMAG   


잠깐 BJJ 이야기


위의 사진은 하파엘 멘데스(청도복)가 2012 팬암 결승에서 코브링야를 상대로 암바를 넣고 있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하파엘 멘데스는 내가 마르셀로 가르시아, 데미안 마이아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주짓떼로 중 하나다. 세명 모두 도복 부문, 비도복 부문 가리지 않고 '주짓수' 자체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주짓수는 구조베이스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구조와 베이스의 경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에 대한 나의 간략한 감상은 이렇다.

먼저, 데미안 마이아는 주로 UFC에서 MMA 선수로서 경력을 쌓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고전적인 압박은 대단하다. 특히 올드스쿨 브라질리언 주짓수에서는 베이스의 사용을 압박에 더 중점을 두는데, 데미안 마이아는 경량급임에도 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트라이포드 베이스에서 무한 압박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야금야금 구조를 먹어간다. 늪과 같은 그의 압박은 보고만 있어도 질식할 것같다. 압박을 이겨내고자 하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방식도 너무나 멋지다. 그의 주짓수를 보고있자면, 너무 쉽고 단순하지만 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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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마이아가 머리와 양 발을 베이스로 이용한 트라이포드 압박에서 레그위브(leg weave)를 시도하고 있다. 눈뜨고 보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하파엘 멘데스는 현대 주짓수의 기술을 새로 쓴 사람이다. 나를 포함해 현재 주짓수를 수련하는 대부분의 경량급 수련생들 중 멘데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경량급의 또다른 강자 미야오 형제도 멘데스 형제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하파엘 멘데스는 IBJJF 세계 선수권 도복 부문 6회 우승, 비도복 1회 우승, ADCC 비도복 2회 우승 등 우승기록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선수이다. 기술적으로도, 멘데스가 정립한 델라히바 가드 체계와 베림볼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전에도 델라히바 가드와 베림볼로의 기초적인 형태는 있었지만, 이를 극한의 경지로 끌어 올린 사람은 멘데스였다. 지금은 시합에 나서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베림볼로 운영이 거의 정석화 되었다. 그리고 그가 탑에서 움직일때 보여주는 베이스의 기동성은 또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데미안 마이아가 베이스를 압박에 사용하고 구조로 천천히 먹어가는 패쓰를 주력으로 한다면, 멘데스는 경량급답게 베이스가 가진 뛰어난 기동성을 적극 이용하고 순식간에 상대방의 고지를 점령한다. 마치 앨렌 아이버슨의 크로스 오버를 보는 듯한 순발력과 정확한 타이밍 캐치, 유려한 움직임은 보고 감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멘데스가 전통적인 압박이 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가 적절하게 압박을 이용할 때의 모습을 보면 토악질이 나온다. 그는 지나치게 고전에 매몰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기술을 잘 활용할 뿐이다.


한번씩 양민 학살하러 일본에 놀러오곤 한다


대표적인 멘데스 키즈들... 너무 잘한다... 움직임 자체를 즐기면서 하는 모습은 주짓수 수련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마르셀로 가르시아는 국내에서는 마본좌로 불리는 주짓수의 대가이다. 정말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이 대가이다. 시기적으로 멘데스 이전 세대이며, 역시 IBJJF 세계선수권 도복 5회 우승, ADCC 비도복 4회 우승을 한 괴물 중 괴물이다. 그는 엑스가드를 유행시킨 엑스가드의 장인이다. 특히 전통적인 엑스가드의 엔트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싱글 엑스 가드를 적극 개발했고, 현재 경량급에서 마본좌의 싱글엑스 운영은 멘데스의 델라히바 운영과 더불어 가장 대세적인 가드 운영 중 하나다. 그리고 그의 탑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고전적인 압박 위주이지만, 그가 가진 고전의 깊이는 모두를 압도한다. 고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에 있고, 그의 주짓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같은 고전의 미학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마르셀로 가르시아의 M자 형 이마에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은 더욱 그를 경지에 이른 장인의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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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아저씨... 근데 엄청 쎈 아저씨...

잠깐 BJJ이야기라고 적어놓았지만, 역시 내가 애정을 갖는 취미생활을 읊다보니, 처음 글을 쓰려고 했던 주제에서 한참 벗어나 버렸다. 나도 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상기의 묘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구조는 뭐고 베이스는 뭐고, 가드는 무엇이며, 일단 주짓수가 어떻게 돌아가는 무술 시스템인지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내가 쓰다가 신이 나 버렸다. 더 할말은 많지만, 주짓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각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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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게 암바

팔은 안으로 굽는다. 밖으로 굽히면 그것이 암바다.


나와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남의 굽은 팔을 펴내는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전문가가 되었다. 무슨 "찌그러진 차 펴드립니다" 처럼, 우리는 "굽혀진 팔 펴드립니다"를 하고 있다. 어제도 몇 번이나 사람들의 팔을 펴 드렸는지 세기 어렵다.

나는 지난 종 예외주의 ; 동전의 양면 편에서 사랑의 내집단과 증오의 외집단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었다.

안으로 굽은 팔이 건네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휘두르는 증오는 때로 너무나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나는 이 문장을 적으며 문득, "집단의 경계를 없애 줄, 안으로 굽은 팔을 펴줄 전문가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의 물리적인 팔을 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 팔을 펴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지금도 지연, 학연, 혈연의 3종 세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조차 취직을 빽으로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내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인사가 돌아간다.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는 마음의 팔을 펴는 이들이 아닐까. 정부에 이 역할을 기대해야 할지, 사법 기관에 이 역할을 기대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마음껏 마음의 팔에 암바를 걸어줄 전문가를 모셔오고 싶다.

사실 내가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적으려고 했던 내용은 이 짧은 내용이 전부였다. 길게 쓸 생각도 없었고, 지나가듯 일기적듯 쓰려고 했다. 그냥 갑자기 너무 짧은 글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암바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잠깐 설명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적고 보니 BJJ 선수 소개가 주요 주제가 되어 버렸다. 배꼽이 배보다 커졌고 본말이 전도되어 버렸다. 여기에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이것 뿐인 것 같다. 여러분,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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