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문득 배가 고파서 부엌 찬장을 열어봤어.
내가 좋아하는 과자들이랑 사탕들이 몇 봉지씩 있었지.
그러다가 라면을 본 거야.
이 시간에 배를 채울만한 게 라면 밖에 없었는데
봉지를 뜯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어.
쓱 닦고 다시 라면 스프를 넣으려고 했는데
앞이 안 보이더라.
아마 내가 널 잃었을 때도 그랬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는데.
그때가 다시 떠올라서 그랬을까?
담담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별거 아닌 라면이 날 울리니까 어이가 없더라.
그래. 별거 아닌 게 아니었던 거야.
새벽 1시쯤이면 배가 고파 서로 칭얼대던 우리가
서로의 집에서 라면을 먹던 것들이 말이야.
아마 내일은 치약 때문에 울지도 몰라.
너와 같이 매일을 마주하던 그 세면대의 치약.
아니, 오늘 잠자리에 들 때 베개를 보고 울지도 모르지.
너와 함께 꿈을 꺼내던 내 방의 두 베개를 보고 말이야.
남들은 진짜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떠올릴 사람이 없는데,
난 어딜 가도 네가 있어서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돼.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침의 내 베개는 항상 축축해.
같이 지낼 사람이 없어 혼자 사는 사람들 많은데,
날 잠시나마 너와 함께 살게 해주어서 고마워.
그래, 이제는 라면 때문에 울지 않으려고.
오늘 마음껏 울었으니까 내일부터는 울지 않으려고.
지금은 새벽 1시야.
너와 함께 라면을 먹던 새벽 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