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ed by
@carrotcake
"죽고 싶다."
아무도 없는 방 한쪽에 홀로 서서 그 아이가 읊조린 말이다. 그의 나이 13살 남짓이었다. 자해가 시작된 것은 이듬해 6월. 그 아이는 연필로 종이에 쓰는 대신 자신의 손을 찌르는 것을 택했다. 손바닥의 상처는 잘 보이지 않아, 사람 앞에 설 때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이는 자신의 손에 검은 파편이 묻어나올 때까지 찌르기를 반복했다. 그 아이에게는, 방 너머에 자신을 스스로 아프게 하는 것보다 더 아픈 무언가가 있었다.
아이는 등굣길에 매일 죽은 고양이를 본다. 지나갈 때마다 코를 막고 지나가는데 그 날은 그러지 않았다. 코에 손을 갖다 대지 않고 가만히 서서 뼈가 드러난 고양이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어김없이 장애인 아저씨를 만났다. 아이는 이제 그 아저씨를 봐도 아무렇지 않다. 예전에는 그 아저씨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야, 너 왜 어제 튀었냐?"
아이를 괴롭히는 무리가 하는 말이었다. 아이는 우물쭈물한다.
"엄마가 빨리 들어오라고 하셔서..."
"그럼 청소는 해주고 가야 될 거 아냐, 새끼야. 우리 쌤한테 혼나잖아."
그 무리가 해야 하는 반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아이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른다. 연신 미안하다며 다음번에는 꼭 하겠다며 말하는 아이는, 갑자기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사실 엄마는 일찍 오라고 하지 않았다. 아이가 더 맞기 싫어서 내뱉은 변명이었다. 변명에 익숙해진 아이는, 엄마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팔아넘겼다는 죄책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엄마를 이용해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에 대해 아이는 마음 아파했다.
'미안해, 엄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을길에서, 아이는 저물어 가는 태양에 기대 한참을 울었다. 꺼이꺼이. 동네 아주머니가 나와 아이를 살펴보지만, 넘쳐 흐르는 눈물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아이는 30분 정도를 울다가 벽을 잡고 일어났다. 그 날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해보는 아이지만 자신도 그게 잘 될 리 없다는 걸 알아서 또 슬퍼한다.. 행여 이런 사실들을 엄마가 알게 될까 그게 더 걱정이었다. 자신의 감정도 추스리지 못한 채 퉁퉁 부은 눈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을까 연신 눈을 비비는 아이였다.
"죽은 고양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