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옷을 골라주러 시내로 나갔다. 오랜만의 외출이었지만 뜨거운 햇살에 다시 집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이왕 나온 김에 내 옷도 살까 싶어 인상을 찌푸리며 길거리를 나섰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내는 찜질방과 흡사한 풍경을 나에게 선사했다. 젖은 옷은 황토 복 같았고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쉬는 곳들은 제각기 다른 사우나와 같은 느낌이었다. 더위를 피해 들어가는 곳들은 족족 모두 아이스 방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야, 빨리 가자."
"가기 전에 담배 하나만 피우고 가자."
탁. 치익.
나와 친구는 골목 구석에서 담배를 피웠고 더운 열기에 다 피우지도 못하고 옷가게로 출발했다. 여러 군데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적어도 나는 쇼핑하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야, 저기 가보자."
하지만, 친구는 달랐다. 2시간쯤 지났을까. 친구가 옷을 다 산 뒤의 난, 이미 잔뜩 허기가 진 상태였다. 친구와 근처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밥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저물어가는 해가 식을 줄 모르는 어느 초저녁에, 또 한 번 인생의 감사를 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와 나는 따로 갔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버스 안이 나에게는 나만의 스튜디오 같다. 요즘은 EDM을 주로 들어서 그런지 항상 신난다. 신나서 그런 종류의 음악을 듣는 건지, 들어서 신나는 건지 구별은 잘 안 되지만 말이다.
자주 버스를 타는 나는, 도로 위의 버스 기사님들끼리 서로 마주치면 손 인사를 건넨다는 걸 안다. 그들만의 암묵적인 문화. 어찌보면 소속감을 느끼는 행위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친구들과 만나며 하는 사소한 장난같이 말이다. 친구들의 인사라고 생각하니 문득 친구와 장난스레 욕하며 인사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버스 안에서 괜스레 피식해버린 나였다. 오늘 같은 날, 기사님들끼리의 손 인사가 어찌나 정겨워 보이던지. 나는 이런 문화가 너무 좋다. 아마 마음속으로는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으셨을까?
"어이, 그짝 운행은 할 만혀고?"
"오늘은 그래도 덜 더웠으야. 이따 끝나고 술 한잔함세."
"그려그려, 조심히 운행혀. 다치지 않는 게 최고여."
"이따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