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수업을 듣는 도중, 교수님께서는 자신이 다니시는 교회 이야기를 엄청나게 하신다. 예수의 삶, 아가페 사랑, 전지 전능의 존재에 대해 에로스를 배우는 우리에게 그것을 중점으로 가르치신다. 그래서 오늘 대화하는 시간(교수님께서는 일주일에 두 번 교수님 방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는 자리를 가지신다.)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김밥과 빵에 정신이 팔려 타이밍을 놓쳤다. 바로 성경 말씀을 읊으셨기 때문이다. 엄청 진지한 분위기에 나는 왜 에로스에 대한 강의 시간에 종교 수업을 하는지를 여쭤볼 수 없었다. 그냥 교수님이 보고, 내가 보고 있는 성경이 그 증거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교수님께서는 인간은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시면서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신에게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건 별 볼 일 없는 것이라고.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내 존재 이유를 부정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간증? 하는 시간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흘러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또, 예수가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떠났는데 왜 인간은 아직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다.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전지전능한데 왜 우리에겐 슬픈 세상이 있는가.
신은 용서하라, 사랑하라고 했다. 한쪽 뺨을 얻어맞으면 다른 쪽 뺨을 내주라고 전하면서도 왜 누구는 지옥으로 보내는지. 왜 누구는 구원받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는지. 다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창조물인데, 용서해야 할 자들까지 지옥으로 보내는지. 인간에 불과한 나는 누구를 지옥으로 보낼 수 없다. 보내기도 싫고. 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범주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지만, 아직 그렇게 이해하기 싫고 앞으로도 이해하기 싫을 것 같다. 이번 주 목요일에 또 대화 시간이 있는데 그때는 철학적인 대화를 좀 더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교수님께서도 그러자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은하수에
하루를 뉘여
수많은 걱정을 흘려보낸다
소싯적에는 말이여
나가 말이여
무진장 힘들었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