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의를 듣는 데 듣기 불편한 교수님의 언사가 있었다. 그 내용인즉슨, "여자는 똑똑하면 시집을 못 간다."였다. 그 뒤에는 "조건을 많이 따진다.", "그런 사람이랑 같이 살아봐, 어떨까?"라는 내용도 따라붙었다. 사람으로서, 그런 차별적인 발언을 교수님 입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수업을 듣는 내내 교수님의 그 말씀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다른 내용은 나에게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고민하던 중, 어떤 학생이 손을 들고 교수님께 질문했다.
"어, 설마?"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응? 무슨 소리지, 이게."
내가 저 말을 들었을 때, 첫 반응이 이랬다. 나중에 깊이 생각해보니 저 학생의 불편함을 이해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교수님의 생각에, 여성은 남성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있지 않으면 저런 말들을 내뱉을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남자라서 받는 차별을 겪어 봤기에.
"교수님은 정말 여자가 그런 존재라고, 똑똑하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말 놀랐다. 용기 있었다.
"그런 것에만 집중하니까 중요한 건 안 들리지. (웃음) 나는 전혀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었어. 그냥 하나님을 남성에 비유하고 인간을 여성에 비유했을 때~(어쩌고저쩌고)"
이 뒤의 교수님 말씀들은 생략하겠다. 교수님의 발언은, 종교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로 엮어 정당화시키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확실히 초점은 여자였다. 그리고 이 뒤에, 자신의 권위에 해가 될까 두려워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은사 이야기를 꺼내시면서 '아무리 차분한 선생님도, 제자가 대들면 화를 낸다.'는 식의 말씀을 하셨다.
여학생은 자리에 앉았고, 나는 내심 감탄했다. 내일 있을 대화의 장에서 꺼내려고 했던 얘기였는데, 그 아이가 꺼내주어서 감사하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내일 불편한 교수님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아, 다른 주제로 찌푸린 인상을 볼 수도 있겠다...)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 차별적인 것들은 같이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자신이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의 일이 우리 시대에 직면한 문제 중 하나이다. 우린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문하며 나아가야 한다.
학생은 교수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다. 어떻게 보면, 질문은 교육받는 자의 특권인 셈이다. 자신이 배우는 학문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럴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에 최적화된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의 교수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보여주긴 하셨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 학생의 질문이 가치가 있었고 느끼는 바가 컸다. 교수님은 자신의 지위를 깎아내릴 수도 있는 질문을 한 학생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건 뭐, 우리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계층 체계 때문에 그런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본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겠다. 교수는 그 지위만큼의 타당한 권위를 갖기 마련인데 그것이 부서질 위험에 처하면 어느 인간이 부들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그런 공공연한 장소에서 말이다.
어찌 되었든, 학생이 교수에게 질문하고 교수는 자신이 아는 바를 가르쳐 주는 것은, 대학 내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행위이다. 대학의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지식을 탐구하는 방향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일 거라 생각한다. 당장은 교수님의 얼굴을 붉히는, 학생이 교수에게 단지 대드는 상황 같아 보일진 몰라도 제대로 된 교수님이라면 자신의 방에 가서 한 번쯤은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볼 것이다. 서로에게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는, 때론 상대방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앎에도 서로가 하고 있는 대화의 목적을 위해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나은 점은, 강의를 한 4개 정도 더 봤다는 거? 샤워를 일찍 했다는 거. 내 책상 청소를 했다는 거쯤이다. 조금씩 늘려가자!
아, 그 '계층 구조에 대한 우리 뇌'에 대한 강의를 봤는데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