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일기다. 그간 시험 공부하랴, 이사하랴 정신이 없었다. 계절학기를 들으러 다른 기숙사에 짐을 옮기고 정리하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였다. 이번에 듣는 과목은 철학인데 '에로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사랑의 본질, 나아가서는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목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수업이 딱딱하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프리하게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연배가 있으신 교수님의 마인드가 정말 트여있으신 것 같아 강의를 듣는 내내 즐길 수 있었다. 여태까지 들어왔던 강의들에 비하면 정말 내가 잘 들을 수 있는 과목이자 강의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교재는 플라톤의 '향연'이라는 책으로 수업을 한다. 플라톤의 대화편에 속하는 책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이걸 독파할 생각에 들뜨고 있다. 수업 시간에 듣기 전에 미리 좀 읽어봤는데 정말 내가 원하던 심오함이 담겨 있어서 벅찬 느낌까지 들었다. 향연은 Symposion이라고 표기하는데 Symposium 이라는 단어도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심포지온은 '함께 마신다'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의 조상들도 풍류를 즐기며 경치 좋은 정자에서 한 잔 걸쳤던 것처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도 포도주를 마시며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장을 열었기 때문에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수업시간에 들었는데 까먹은 부분이다..)
매일 철학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내 인생과 나를 마주하는 일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일이라 두렵기도 하지만 이겨내보려 한다. 내일도 열심히 듣고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