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과 의 례(通過儀禮)
흐린 날이 시작되었다
첫째 날은 시원하다
고요함을 입은 회색 하늘이
깊은 침묵을 들이 마신다
둘째 날은 고요하다
잿빛 호수에 비친 하늘은
슬픈 고독에 잠겨 있다
셋째 날은 고독하다
사라진 빛에 대한 기억은
외로움마저 잊게 만든다
넷째 날은 외롭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리움은
그림자를 없앤 하늘을 원망한다
다섯째 날은 그립다
시나브로 하나둘씩 떠나가면
잡는 손에 핏기가 사라진다
여섯째 날은 가고 없다
모든 것이 떠나간 하늘이
그제야 장막을 벗는다
일곱째 날은 희망이다
하늘이 열리고 빛이 내려온다
세상이 밝고 환해졌다
흐린 날이 발걸음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