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물 속
웅크린 자들의 서글픈 메아리가
비상하지 못한 채
비수가 되어 심장을 도려낸다
갈기갈기 찢기고 사방으로 흩어진 마음이
끝없이 땅밑으로 파고들면
두려운 기억이 유령처럼 깨어난다
또다시 죽은자의 피로써
참을 수 없는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쩍쩍 갈라져 생기마저 사라진 고사목은
빈껍데기로 무섭게 썩어져 들어간다
무릎꺽인 마음엔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다
고통의 파도가 뺨을 후려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지고
매 순간 밀려들고 반복되는
죽음의 시간앞에
가슴 한 편이 서걱서걱 베이고 있다
[사랑하는 딸 수정을 보낸 뒤의 우진과 혜인의 심리를
작가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극한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일상의 시간을 묘사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경험이 있는 독자는
작가의 가슴을 후벼파고 후벼파는 심리 묘사를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진범은 따로 있다" 이 쪽지로 인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