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숑이입니다. 오늘 아침 수업이 끝나고 잠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니 문득 3년전 쯤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뒤로는 오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오후 수업은 어땠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항상 이맘때 쯤 떠오르는 기억... 올해는 어쩌면 좀 많이 늦어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될 것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지가 않더라고요. 며칠 전 방학 때 들어버린 말들도 떠오르고요. 항상 오늘같이 약간 습한 날씨 시험이 끝나고 무기력할 무렵인 5 말에서 6월 초에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저에게는 거의 태어났을 때부터 알았던 친구가 있습니다. 아빠 친구의 딸이죠.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아빠들 덕분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였습니다. 크면서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에는 항상 등장하는 얼굴입니다. 항상 내성적이었던 저와는 달리 외향적이고 밝고 당당한 친구였습니다. 5월생인 저 9월생인 그 친구...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그 친구가 언니 같았습니다. 항상 저를 챙겨주고 낯가리는 저 대신에 나서주었거든요.
중학생이 되면서 저희는 만나는 일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일년에 한 번 얼굴보기도 힘든 사이가 되었죠. 그 친구를 제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보기 전쯤이었던 것 같네요. 원래 놀기 좋아하던 친구가 막 하고 싶은 것이 생겨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가 일어난 것이 기말고사가 끝나고 얼마 안되어서 였던 것 같습니다. 제 생일이 있는 5월 말의 금요일이었으니까요.
그날은 오늘처럼 습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항상 그러지만 제가 가장 무기력한 시기였죠. 자습 잘 안하는 제가 11시까지 꽉꽉 채워 자습을 한 날. 자습이 끝나고 학교 주차장으로 나가니 엄마가 평소와 달리 차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매우 어둡고 조용한 목소리로 저에게 말하셨습니다. 친구가 사고가 났다고 그래서 죽었다고... 엄마는 지금 장례식장에 갈 건데 같이 갈래?라고 말이죠.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싫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전에 2번 주변 사람을 보냈던 제 기억에 장례식장을 가는 것은 그 사람이 더이상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장례식장에 그 친구의 친구들이 하나도 없다는 소리를 듣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갔습니다. 장례식장의 모습이 아직도 너무 생생합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찍은 증명사진이 걸려있는 영정사진, 항상 장난꾸러기였지만 그날은 충격받은 얼굴로 상주역할을 하던 그 친구의 동생...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까지도요.
그 사고 후 저는 그 가족을 다시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매년 그 맘때만 되면 그 아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몇칠 전 방학 때 그 아이의 사고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날 학교에 물건을 다시 가지러 갔다가 학교 앞 이차선 도로에서 달려오는 트럭에 깔려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아이의 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는데 그 보상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그 친구의 어머니, 그 돈을 다 써버리면 그 아이를 잊을까 돈을 쓰지 못하는 아버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 앞 이차선 도로에서 사고나서 사람이 죽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 학교 앞에도 이차선 도로가 있지만 그 길에서 누구도 죽은 적은 없습니다. 학생들이 차에 치인 적은 꽤 있지만 죽은 적은 없었죠. 이차선 도로에서는 그것도 학교 앞에서는 사람이 차의 속도를 못 이기고 깔릴만큼 빨리 달리는 차들은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규정 속도가 그만큼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 트럭을 운전했던 사람은 대체 뭐가 급했길래 그렇게 빨리 달렸던 걸까요? 학생들이 집에 갈 시간에 그 길에서 그렇게 빨리 달려야 했을까요?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처벌 대신 보상금을 주었지만 저에게 그 사람이 준 제 친구의 목숨값이 얼마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그 뒤로 어떻게 살고 있느냐죠. 그 사람은 뉘우치면서 살고 있을까요? 제 친구를 저처럼 잊지 않고 있을까요?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 사람이 제 친구를 잊지 않고 평생 미안해하면서 사는 것. 막 하고 싶은 걸 찾은 17 꽃다운 나이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제 친구를 제가 잊을 수 없는 것처럼 항상 잊지 않는 것 하나 뿐입니다.
항상 그 날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날에는 그 친구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작년 19살이 된 저를 슬픈 눈으로 보시던 아저씨도요. 아직도 아저씨의 통장 안에는 그 친구가 살고 있습니다. 올해 20살이 된 저, 아직도 17살인 그 친구... 항상 저보다 더 어른 같은 친구였는데 평생 언니같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겠네요.
작년들어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 친구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고 싶은 대학교에는 갔을까? 하고 싶은 일을하고 있을까? 함께 있엇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 빼고는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계속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저에게 그 친구는 꽤나 소중한 존재였나봅니다. 요즘들어 함께 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같은 날은 더 보고싶네요. 어릴 때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으면서 그 친구가 들으면 어이없어 하거나 옛날처럼 봐봐, 나밖에 없잖아라고 말해줄 것 같기도 하네요. 그 친구가 떠오르는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저에게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아주 오래 그 친구를 기억해야 한다면 그건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웃으면서 그때는 제가 말해주고 싶네요. 맨날 그 친구가 저에게 해주던 말 "너는 내가 챙겼지롱~ 봐봐, 너 챙겨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니까! 빨랑 언니라고 불러봐"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