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하다 보면 특정 직업군과의 접촉이 참 잦다. 특별한 경로로 알게 된 특종급 취재원들 말고, 일반적으로 꾸준히 전화를 걸게 되고 필진으로 섭외를 하게 되고 그런 직업군 말이다. 크게 분류하자면 전문가와 공무원, 시민단체, 홍보팀 정도 되겠다. 전문가엔 교수가 제일 많다. 공무원은 경찰이나 검찰, 법원, 국회의원실 관계자, 공공기관의 공보담당 등이 있다. 시민단체와 홍보팀은 말 그대로 시민사회와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
우선 지검에서 언론 창구 역할을 하는 차장검사는 부장 밑에 차장급인줄 알았다. 근데 지검 넘버2라는 얘길 듣고 깜놀했다. 뭐만 물어보면 "확인해줄 수 없습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그들이 너무 고까워 보였는데 그만큼 높은 사람이었다니 뒤에서 욕한 게 조금 미안했다. 대체로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하면 "맞다"는 얘기였다. 보통 아닌 건 확실히 아니라거나 "사실무근"이라고 얘길 해 줬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다. 기자들을 금방 파악하고 기자들이 아는 만큼만 알려준다. 법조기자를 하면 날마다 어딘가 타사의 크고작은 단독보도에 물먹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법조계 취재 방식은 아직 엄청나게 구닥다리다. 수사 중인 내용을 누군가 혼자 알아내 쓰면 단독인데, 그게 사실 많은 경우 불법이다. 수사 중인 내용은 공개해선 안 되는데 항상 공개된다. 검사와 술먹고 한 마디 들은 걸 담날 확인해서 쓰거나 법원 공무원을 통해 사건 정보를 빼서 쓰는 것 같다. 단독을 해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공보판사라는 직책이 있다. 부장판사 달기 직전인가 맡는다. 공판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지법에서 판결문을 열람하려면(요즘 이거 없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공판 방에 가면 된다. 겪어 본 공판들은 대체로 굉장이 인간성 좋고 친절 상냥했다. 주요 사건(내 경우는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판결이 있을 때 기자들을 케어해주기도 했다. 아무래도 수사 단계인 검찰과 달리 판결단계이기 때문에 비교적 덜 예민하고 얘기해 줄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부장판사와 술자리도 한번 해 봤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다. 걍 떼로 가서 비싼 데서 밥술을 먹었다.
*사법부 소속 공무원들은 사실 많이 겪어보질 못했다. 법조팀 경험이 있는 기자들이 보면 코웃음칠 수도 있겠다. 경찰서 출입할 때 맡은 지역에 지방법원과 지검이 있어 출입한 게 전부다. 관찰자로서 주변 법조기자들 생활을 조금 보긴 했다. 잊지 않기 위해 적는 비망록이니 태클은 사절이다.
케바케의 전형이다. 의원실 한 곳 당 최대 9명까지 둘 수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2700명이다. 그만큼 별별 사람이 다 있다. 학력이고 인성이고 뭐고 1부터 100까지 다 있는 것 같다.
먼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있다. 박사도 많고 회계사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도 많다. 가끔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왜 저딴 인간을 보좌하겠다고 거기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의원이라는 사람보다는 특정 위원회에 전문성이 있어서 국회의원 임기와 크게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직을 유지한다. 국회를 나가게 돼도 대학이나 일반기업에 연구원 등으로 금방 취직한다.
그런가 하면 속된 말로 별 생 양아치 같은 XX들도 있다. 어디서 뭐하다 어떻게 국회의원실까지 오게 됐는지 (알지만) 모르겠고 거기서 일하며 바라보고 있는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여기자들에게 추근대고, 기업체 대관 담당자들을 개처럼 (개들아 미안.) 부려먹는다. 술을 쳐먹다 계산하라고 불러 놓고 바닥에 팝콘을 쏟은 뒤 주워먹으라고 한다거나 와이프 선물을 해야 하는데 어디 무슨 초콜릿이 인기가 좋다니 그걸 몇시까지 사서 의원회관으로 배달을 하라 한다거나...
많은 경우 국회 내에서 추문이나 돈 문제를 일으켜 국회 인생을 마무리하거나 종종 콩밥을 먹기도 한다.
입법공무원. 정말정말 잘났으며 그걸 아는 사람들. 입법고시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여의도에 입성한 공시계의 톱클라스다. 이들을 잘 뚫으면 국회에서 기사 깨나 쓸 것 같긴 한데, 이들은 언론과 소통할 필요성도 못 느끼거니와 많은 경우 기자를 개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귀빈식당 앞 복도 찬바닥에서 엉덩이 깔고 뻗치기하는 후배 노트북을 지나가다 발로 차 놓고는 사과는 커녕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는 투로 개무시한 케이스가 있다.
어마어마한 삶의 질을 누린다. 물론 본회의가 밤을 꼬닥닥 새면 그들도 퇴근을 못하겠지만, 오후 5시가 조금 넘으면 직장내 4개(?)나 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국회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칼퇴를 하는 것 외에도 공공기관 최고 수준의 헬스장, 사우나, 국내 최대 도서관, 내과, 한의원..... 등 시설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정규직과 계약직. 계약직은 전문계약직 공무원이라고 해서 한 기관에 계속 있으려면 2년인가 3년마다 계약을 '다시' 하며 호봉과 경력을 리셋해야 한다. 상당한 부조리다. 좀 전문적인 걸 물어보기 위해 대변인실을 통해 연락을 해보면 어마어마한 전문성과 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공무원 답지 않게 (죄송)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는 경우가 있다. 밖에 나가면 이런 대우 안 받고 일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고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인데 머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것 같다. 대체로 매우 브라이트하고 공무원스럽지 않은 점이 특징.
정규직 공무원은 홍보담당이라고 해도 위에서 언급한 '공무원스러움'을 아주 많이 갖고 있다. 다른 일도 하던 사람이 홍보협력과 같은 데 발령이 나서 일하게 된 케이스. 경찰이 특히 그렇지만 대체로 국가기관에 홍보협력과는 승진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경험한 바로는 기자에게도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차관님한테 목숨을 바칠 것 같다. 들은 얘기로 모 기관이 드론 시연 행사를 했는데 사진을 요청했더니 웬걸 드론은 하나도 안 보이고 차관님 얼굴로 꽉 찬 사진만 엄청 보냈다는 걸 보니 잠깐 왔다 가시는 장관보다는 차관이 갑인 듯. 부처를 정식으로 출입해 본 경험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대변인실을 거치지 않으면 필요한 얘기를 듣기가 매우 어렵다. 권한이 없어서 얘기할 수 없다는 말을 수백번 듣게 된다.
작년 대선 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출입하다가 소소하게 단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한방에 날려버린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한 위원회를 전부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위에서 말한 다른 기관 전문계약직 공무원에게 이야기를 듣고 기사 다 써 놓고 행안부 확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출입기자 통해 문의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XX들이 보도자료를 뿌려버렸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가 논의 중인 내용이 부처에서 새 나가서 기사가 나오고, 청와대와 국정기획위가 막 조질 때이기도 했다. 문책 당하지 않으려고 내 단독을 씹어먹어 버린 것 같다.
공무원들이 앵무새 같고 관료적이고 꽉 막힌 것 같지만 개개인을 보면 무섭도록 똑똑하다. 나처럼 무식한 기자들은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