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 포스팅을 안 했다. 취재원 비망록도 조금 남았고 월간 먹스팀은 2월치를 건너뛰었다. 게으른 연재자다. 연재 안하련다. ㅋㅋ 네팔 출장기를 쓸 때의 열정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취재원 비망록을 쓰려니 문득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가볍게 먹스팀을 하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새로운 맛집엘 가지 않았다. 1월호에 포스팅했던 곳을 또 갔다. 먹으면서 아내가 생각나면 맛집이라고 했던 곳에 아내를 데려 가서 똑같은 음식을 또 먹었다. 포스팅을 하려면 중복이 된다.
대신 집에서 뭘 자꾸 해 먹었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처음 해보는 음식들이다. 대부분 내가 음식을 했으면 처음이긴 하다.
명절 선물로 호주산 찜갈비가 들어왔는데 찜을 하고 남은 걸로 갈비탕을 해 봤다. 찜이 먼저지만, 비주얼이 별로라 찜 사진이 먼저 올라와 썸네일이 되면 썸네일 보고 손님이 안 올까봐...
어머니가 해 주는대로 넙죽넙죽 처먹기만 했던 갈비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은 몰랐다. 지난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뺐다. 담가 놓고 다시 자다가 9시 알람에 일어나서 물을 갈고 다시 자고, 10시 알람에 또 일어나서 물을 갈고 또 한시간 자고 일어났다.
후추 뚜껑 따서 안 간 통후추 알맹이를 꺼내 파, 양파 등과 고기를 냄비에 넣고 한 십분 데친 뒤 고기를 꺼내 씻었다. 그 뒤 다시 제대로 끓였다. 전에 오뎅탕(이건 사진을 안 찍어서 포스팅 패쓰) 끓인다고 산 무 남은 반쪽, 왠지 반만 남아 있는 배, 파와 양파 더, 마늘 등을 다시 넣고 두어시간 끓였다. 더 끓이고 싶었는데 배고파서 사망할 것 같았다.
흐물흐물해진 건더기 다 걸러내고 조금 맑아진 국물을 냉장고에서 식히다가 역시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꺼냈다. 냉동실에서 꺼낸 스파게티소스 병을 비닐에 싸서 갈비탕 국물에 담가 휘휘 저었더니 위에 떠 있던 기름이 촛농처럼 굳어서 묻어 나왔다. 고기와 무만 다시 국물에 넣고 간장을 한술 넣어서 한번 다시 끓이는데 여기서 그냥 진간장을 넣은 게 포인트. 이유는 국간장이 없어서다. 그래서 국물이 거무튀튀해졌지만 맛은 양호. 물론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갈비찜. 아내가 양념을 하고 나는 고기를 손질하고 끓이고 찌는 역할. 이 때 위에 적은 갈비 손질 과정을 처음 겪었다. 아내가 구상한 갈비찜은 매운갈비찜이고 내 구상은 전통 갈비찜이었다. 비주얼도 괜찮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사진을 대충 찍었다. 맛있게 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다음날 점심에도 먹었다.
스페인 출장에서 고맙게도 석휘님이 바틀샵을 찍어줬는데 운 좋게도 거길 갈 수 있게 돼 산 맥주를 소비하기 위해 아내와 해 먹은 꼬막 무침. 제철이 살짝 지나 알이 조금 덜 굵어서 그렇지 맛은 좋았다. 역시 아내가 양념을, 나는 손질하고 찌는 역할을.
설 연휴 하루 전날 아내 혼자 일했는데 조개찜 먹고 싶대서 쉬는 내가 마포 수산시장에서 조개를 사다가 쪄 봤다. 근데 웬걸 그날이 발렌타인데이였다고... 나는 별 생각 없이 했는데 아내는 기뻐하며 페북에 올렸다... 아내가 스티밋을 안 하는 건 다행이다. 수산시장에서 인상 팍 쓰고 "먹을 것도 없는 자잘한 모시조개 같은 거 넣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이게 포인트. 조개찜 역시 손질이 일이다. 껍데기에 뭐가 그리 많이 붙어 있는지 놀라울 정도. 가격은 마트에서 본 가격보다 훨씬 싸고 양은 더 많다. 개이득... 이지만 손이 많이 가긴 한다.
아내가 엊그제 해 준 깐풍만두. 고향만두는 진리인 것 같다. 콩단백 같은 고기 '볼' 반, 공기 반 들어있는 만두는 먹어도먹어도 배가 안 부르지만 묘하게 맛이 있다. 왕년에 한창 먹을 때는 동생이랑 한 봉씩 쪄 먹고 그랬는데. 아내는 양념을 했고 나는 만두를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