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때 조금만 더 너의 마음을 이해했더라면,
만약
우리가 서로 말의 칼날을 주고 받지 않았더라면,
만약
당연한 불합리에 과감히 침을 뱉을 수 있었더라면,
만약
나의 우주를 너에게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벌어진 너의 상처에 한 줌의 연고를 발라줄 용기가 있었더라면,
만약
내 철없는 욕망과 더 치열하게 싸울 수 있었더라면,
만약
나에 대해, 너에 대해, 우리에 대해
조금 더 천천히 응시할 수 있었더라면,
만약
우리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온전히 너였다면,
더 늦기 전에, 나는 만약이라는 이름의 약을 삼킨다.
두 눈이 감기고 졸음이 온다. 창 밖에 습기를 담은 바람이 분다.
괜찮다고. 아직은 괜찮다고. 바람이 내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