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석양지는 하늘이 만들어내는 그라데이션은 파랑에서 주황으로 넘어가는 가장 완벽한 그라데이션이다. 분명 내 머리위는 아직 파란 하늘인데 눈앞엔 주황빛이 바다로 잠긴다. 분명히 두 다른 색깔이, 여기다 싶은 경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도무지 어디까지가 파랑이고, 어디부터가 주황이 시작되는지, 그래서 언제까지가 낮이었고 다시 밤이 되는지, 그렇게 또 새벽은 오는지 나뉠 새 없이 새로운 아침은 또 시작된다.
가끔 퇴근길에 운전을 하다가, 어수룩하던 시간의 도로를 밝혀줄 가로등이 일제히 틱틱 소리를 내며 켜지기 시작 할 때가 있다. 이상하게 그 순간을 만날땐 희열이 생긴다.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이야기 이야기 하기 어려운 그 애매한 순간에 일렬로 우두커니 서 있단 가로등이 동시에 길을 밝히기 시작하면 그 순간은 마치 '이제 내 차례야!' 하고 앞으로 나서는 그런 모습같달까. 아직은 밝아 필요없을 것 같은 오묘하던 그 순간에, 전구는 미리 자신을 밝히고 데워놓는다. 그리고 곧 뒤덮일 어둠을 준비하고는 늦은 밤까지 뜨거워진 그것으로 세상을 밝힌다.
우리는 아마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거였어! 이게 내가 하고싶은 일이었어! 이게 내가 원하던 선택의 순간이었어! 라고 소리칠만한 그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닐까 말이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이 너무나 잘 한 일이길 그 순간에 당장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자명한 순간을.
그런데 과연 그런 순간이 우리에게 오긴 할까? 늘 주저하며 기다리기만 했던 우리에게, 마침 그 순간이 다가왔을땐 또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며 다음으로 미루게 되지 않을까?
변화의 순간은, 낮의 파란 하늘이 붉어지고 다시 어두워지는 동안, 그렇게 뚜렷한 경계없이 다가온다. 내가 지금 그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사이에 불쑥 지나간다. 하지만 누군가는 긴가민가 애매하던 그 순간, 넘어갈듯 말듯 오묘한 그 순간, 이제 내 차례야 하며 가슴속 꼬여있던 것을 불태워 밝은 것으로 자신을 다시 데운다.
나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다 싶을 때.
뛰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묘하다 싶을 때.
누군가 '지금이야!' 라고 확실한 경계를 세워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딴게 전혀 없는 간지러운 그 때.
아마 그 때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작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