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읽다보니 얇은 시집을 이제야 다 읽었다.
생경한 김일태 시인은 경남지역 예술문화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57년생 아재감성에 잘 어울리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저물어가는 중년 남성의 시각에서 뒤돌아보는 삶이라던지,
먼저 가신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 등이 잘 묻어나는 시들이 좋았다. 특히 "사십 년 시간 뒤꿈치 들고 건너가고 싶다" 는 표현
-참새를 잡고 싶다-
소쿠리 덫 괴어 놓고 기다리다 잠들었던
아홉 살 그 봄날로 가고 싶다
꿈에 참새가 된 내가
동무들은 날아가고 홀로 잡혀
무명실에 다리 묶여 혼이 나던
그때로 가고 싶다
남지장 가신 어머니 더디 오신 그날
참새처럼 오그린 등 토닥여 선잠 털어 주던
그 어진 볕살 올올이 가슴으로 사리다가
쫑쫑 맨땅에 입방아 찧고 싶다
내가 비운 사이
흙 좋은 나의 안마당을 차지한
잡풀들 싸리비로 쓸어 내고
사십 년 시간 뒤꿈치 들고 건너가고 싶다
나긋나긋 양지 녘에 괴어 놓은 유년의 덫 속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미끼 뿌려 놓고
한번 쫓겨 가서는 쉬이 돌아오지 않던 참새들을 기다리며
사월의 하루해처럼
조용히 저물고 싶다
-비 갠 날-
젖어 든다는 것은
비워 둔 나를
네게 내어 준다는 것
너를 담아 채워서
비로소 나를 이룬다는 것
저 잘 늙은 주남지의 땅버들이
서로 기대어 서 있듯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나 사이에
사부작사부작
세월이 배어들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