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역 맥도날드에 들어선 나는 달라진 환경에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키오스크(kiosk) 여러대가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안내시스템으로 소비자가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전 서울역 맥도날드를 방문 할 때면 주문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시력이 안좋은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멀리 있는 메뉴판을 보며 주문을 해야 했다. 하지만 더이상 카운터 앞에 줄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고 잘 안보이는 메뉴판을 보거라 애쓸 필요도 없게 되었다. 맥도날들 입장에서도 키오스크를 설치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좋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처음 키오스크를 사용할땐 조금 불편했지만 사진과 정보버튼을 통해 충분하게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기에 이제는 오히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편리하게 느껴지곤 한다. 키오스크로 인한 효과였는지 매번 북적거렸던 계산대 앞은 한산했고 예전보다 직원의 수도 줄어보였다.
이처럼 주문이나 계산 같은 단순한 업무는 이제 무인화로 대체되고 있는 흐름이다. 대형 패스트푸드 점이나 커피숍들이 속속들이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대형 마트와 백화점 또한 무인 계산대를 설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무인시대(無人時代)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무인시대(無人時代)로의 변화는 세계 곳곳, 다양한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통 회사인 아마존은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를 선보이며 일자리 파괴자라는 우려와 유통 혁신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마존고에 입장하려는 고객은 휴대전화에 아마존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휴대전화에 QR코드를 생성시킨 뒤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카트에 담은 후에 그대로 매장을 나오면 된다. 고객이 고른 상품은 이미 QR코드에 입력돼 있기 때문에 출구를 빠져 나오는 순간, 선 등록된 카드 또는 계좌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아마존고는 고객들에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주었다. 그리고 아마존고는 매장 운영자에게도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이동 경로, 구매 내역, 진열대에 머무는 시간 등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면 이를 마케팅과 재고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요금 징수원을 보면 다가올 미래를 조금 더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엔 사람이 직접 돈을 받았던 일들이 자동 번호판 인식 기능과 무인 주차요금 결재시스템 그리고 하이패스라는 기능의 등장으로 사람이 없어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 할 수 있게 변화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들을 이용하는데 있어 더 이상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제 그 변화가 단순 결재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우리 생활에 침투 하고 있다.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편의점에 이어 서점도 무인점포를 운영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쑤닝 그룹은 무인 트럭과 자율 운반 로봇을 선보이며 물류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요식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커피전문브랜드 달콤커피는 올 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국내 커피업계 최초로 무인 로봇카페 ‘비트(b;eat)’를 선보인 데 이어 서울 여의도 SK증권 본사와 인천 이마트 연수점에 문을 열었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비트를 입점 시켰다. 비트는 주문을 받는 것부터 커피 제조까지 무인으로 운영되는 카페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고 매장에 가서 받을 수 있다. 커피를 받기까지 예상 시간을 볼 수 있어 대기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매장에서는 무인 주문 및 결제 단말기인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이 가능하다.
중국 전자 상거래 기업인 징둥은 무인 식당 기술을 로봇 주방장까지 적용해 메뉴 주문에서부터 요리, 그리고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을 모두 무인화한 무인 식당을 선보였다. 로봇 주방장은 쓰촨(四川) 등 8대 중국 요리의 음식 40여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징둥은 이같은 ‘JOY’S 스마트식당’을 2020년까지 프랜차이즈 형태로 1000개 점포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알리바바도 뒤질새라 스마트 식당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의 스마트 식당은 점원을 불러 메뉴 주문을 하거나 카운터에서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식탁 위의 화면에서 메뉴를 고르고, 식사를 한 뒤 자리를 떠나면 된다. 결제는 메뉴를 선택할 때 얼굴 인식을 통해 알리페이로 처리한다. 로봇 주방장이 없는 것만 징둥의 무인식당과 다를 뿐 이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자사의 기술을 적용한 무인 식당을 수년내 1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빠른 무인화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일자리들이 점차적으로 없어지고 있다. GS25나 CU등에 무인점포가 도입되게 된다면 200만명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고 더욱 똑똑해지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무 종사자들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 사무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으로 각광 받는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챗봇의 등장으로 상담원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으며 무인 운전이 가능해지면 운수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밤 자고났을 뿐인데 세상은 일년이 지난 것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기업들은 무인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고 우리는 아직 인공지능이나 무인 결재 시스템을 이길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마치 복싱 경기에서 무방비 상태로 맞고 있는 느낌이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쉽게 예측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그 변화에 적응하고 따라갈 수 있을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이제 현실이 되어버린 무인시대(無人時代).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