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가 멋져 보이던 날

sanha8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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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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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 12일 김영삼이 마지막으로 빛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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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 12일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를 단행했다. 금융실명제 이야기가 처음 나왔던 것은 1982년 장영자 이철희 부부의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때부터였다. 가명, 차명 계좌가 난무하고 사채 등 지하 경제가 지상의 경제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자 "예금 적금 등의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을 과연 존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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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장 비자금을 산더미처럼 쌓아 가고 있던 오늘날의 생활수급자 (전 재산 29만원)가 청와대에서 밥주걱 쓰다듬고 있었는데 그 일이 잘 진행될 리 만무했다. 82년 말 주민등록표상 실질 명의의 금융거래는 의무화되었지만, 전산화 등의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86년 1월 1일 이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날'(이라고 쓰는데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읽으시오) 시행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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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10월 정부는 야심차게 91년 1월 1일 금융실명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발표하지만 요것도 무기한 연기된다. "......경제전반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킴으로서.....경제운용상의 혼란을 초래하고 가계와 기업의 저축 및 생산적인 투자의욕을 감퇴시키는 등 각 경제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줄여 말하면 "돈에 명찰 달면 돌지를 않는다."는 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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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도록 공포탄은 수도 없었지만 엄포를 놓는 자의 돈가방도 포구에 매달려 있었기에 누구도 불붙이지 못했던 금융실명제의 포문이 그야말로 황당하게 열려 버렸다. 주무부처의 장관조차 몰랐다(고 말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그 극심한 경상도 사투리에 실려 전달되자 온 나라는 충격에 빠졌다. 국회도 나흘 뒤 임시국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게 되는데 268명의 참석 의원 가운데 단 한 명만이 반대했을 뿐 (그 한 명은 김동길 ㅠㅠ), 나머지 전원 찬성으로 금융실명제를 추인한다. 10년의 뿔을 단김에 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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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권 초반 재산을 공개하고 사정 바람을 일으켜 집권 세력의 치부를 쳐 나감으로써 90퍼센트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얻었다. 30년 동안 나라를 쌈싸먹었던 군부 내 특권 집단 하나회를 날려 버릴 때에는 경외감마저 돌았다. 식탁에서 쉰 반찬 내버리듯이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을 갈아치우던 그 전광석화는 "놀랬쟤?"라는 말과 더불어 커다란 화제가 됐다. 하나회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던 군부 일각의 반발은 군 내의 반대 세력이 유포한 수십 깃수의 하나회 회원 리스트 한 장으로 끝장이 났다. 이로써 대한민국에서 끈덕지게 사라지지 않던 군부 쿠데타의 악몽 또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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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인기 절정이었다. 그 칼국수 드시는 모습이 안타까와 보여 맛있는 거 좀 드시라고 재미교포가 1백만원을 보낸 미담(?!)은 지금도 선연하다. 돌이켜 봐도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하여간 그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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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의 대통령은 멋진 터치다운을 기록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뒤 멈출 줄 몰랐던 포레스트 검프와 같았다. 내처 달리다가 벽에 부딪쳐 자빠진 다음에는 "우째 이런 일이...."를 되뇌기만 했지 다음 공은 어디 있는지, 스크럼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의 지혜를 발휘하기보다는 벽의 반대편으로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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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보다 나은 동맹은 없다."던 입에서 서슬 푸른 공안정국이 등장했고, 김일성과 만나겠다고 큰소리 빵빵 치던 양반이 김일성이 죽자 조문하겠다는 사람들을 역적으로 몰았다. 결국 그가 자신의 나라와 함께 늪지대에 빠지고 만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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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서 물러나신 뒤에도 그분의 행적은 포레스트 검프의 강력한 라이벌임을 증명한다. 고대 앞에서 깡통에 소변 보시면서 학생들과 버티기 한판을 감행하던 모습부터, 툭하면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그 화사하게 상스러운 언어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분에게도 멋진 날은 있었다. 누구에게나 본받을 모습은 있다. 그가 망가질지언정 그 한때의 멋진 모습까지 덤터기로 저버리는 건 미련한 짓이다. 적어도 1993년 8월 12일은 못말리는 YS가 마지막으로 멋져 보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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