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기분 나쁜 식당 얘기를 했으니... 해독 겸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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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머리에 이고 좌우로 뻗은 충무로에서 골목길을 찾아들다 보면 ‘허름하다’는 말 외에는 딱히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이마에 ‘뚱보갈비’라는 간판을 내건 한 식당을 만나게 됩니다. 얼큰한 양념의 고기 불백과 큼직큼직하게 썰어 내놓는 통고기가 주메뉴인 이 식당은 일대의 명물이지요. 점심 시간이 되자마자 인근의 넥타이 부대들과 인쇄 골목 사람들로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만원이 되어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사람들에게 이 집을 찾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은 ‘풍성함’이었습니다.
“아저씨 몸집만큼 풍성해요. 배 터지게 먹어도 고기가 남아.”
뚱보 아저씨는 날렵한 동작으로 테이블 주위를 오가는 도중 손님이 “아저씨 조금만 더 줘요.” 하고 투정을 부리거나 하면 어김없이 초벌구이에 바쁜 아주머니 옆을 서성거렸습니다.
“좀 더 줘.”
“1인분 더 시키라 그래!”
“아... 조금만 더 주면 되는데.....”
몇 번 목격한 부부간의 실랑이에서 승자는 항상 아저씨였죠. 물론 다음과 같은 낮은 뇌까림은 빠지지 않았지만. “하여간 속없기로는 천하 제일이라니까.” 싱글싱글 웃으면서“저런 주인은 처음 봅니다. 참 아주머니 속상하시겠어요.” 하며 아내를 위로(약올리기?)했더니 아주머니 팔뚝 걷어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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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가 고기 몇 접시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요?”
“그럼 뭣 때문에?” “본인에게 물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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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 보았을 때 문제의 ‘본인’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나기 전 뚱보 사장님은 어디론가 사라졌던 겁니다. 그렇게 그는 신출귀몰(?) 자주 자리를 비운다고 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오늘도 촬영한다고 오전에 붙어 있었지, 안 그러면 거의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기고 밖으로 돌기 일쑤였다고도 하더군요.
“오지랍이 넓다 그러나?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요. 저 양반은 그 뭐라 그러나 컨... 컨설턴트야 식당 컨설턴트.”
상당 기간 전부터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 식당 차려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어떤 장사가 될 것이다 하는 이른바 ‘목 보기’와 식당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달인의 경지에 이르러 부대찌개부터 피자집까지 수십 군데의 가게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는 얘기죠. 아내의 푸념인즉슨 그 컨설팅이 ‘무료봉사’일 때가 허다했다는 겁니다.
이윽고 아저씨가 돌아왔습니다. 의기양양해서 들어오는 아저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멀지 않은 명동에 또 하나의 가게를 ‘봐 주고’ 그 지원차 출타했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자기 가게를 돌보는 정성보다는 남의 가게 세우는 데 힘을 쏟는 남편의 오지랖에 아내는 그냥저냥 웃으며 넘기는 편이라 했지만, 이번에는 볼멘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여기서 멀지도 않은데 우리랑 똑같은 메뉴 하면 우리 손님들 다 그리로 갈 거 아냐.”
“좀 가면 어때. 우리 손님 많잖아.”
“아이고 두야. 이 아저씨 정말!”
이 아저씨가 또 컨설턴트로 나서 새 식당을 준비 중인데 멀지 않은 곳에 이 집과 똑같은 메뉴의 식당을 차리라고 했다는 거지요. 부인과 본인이 신혼초부터 고생고생하면서 익힌 이 양념의 비결마저 넘겨 줄 것인가를 묻자 남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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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서 필요하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요, 뭐. 우리 집 음식이 별 건가? 별 거 없어요 우리 집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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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서 “우리 집 음식 별 거 없어요.”라고 말하는 식당 주인은 보다보다 찍다찍다 처음이었습니다. 아저씨의 투박한 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음식에 비결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비결이 있는 거라고, 이 음식에 맞고, 이 음식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거지, 음식 자체에 무슨 대수로울 것이 있겠느냐고. 나는 아저씨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캐물었지요
“남의 일에 그토록 관심을 쏟는 이유가 뭐예요?”
“장사 처음 시작할 때 마포의 모 갈비집에 가서 부탁을 했죠. 그러니까 로얄티를 250만원을 달라 합디다. 그때 우리집 전셋값이 200만원이었어요. 에라 혼자 해 보자. 하지만 나중에 난 저렇게는 안산다. 그랬죠. 그때 생각이 나서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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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아저씨는 ‘체인점을 열어 땅 짚고 헤엄쳐 보라.’는 유혹을 끝끝내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15년 전 일이니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장소가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똑같은 음식 낸다고 잘 될 이유가 어디 있겠으며, 결국 남 도와 주느니보다 자기 재산 늘리는 게 우선이 되지 않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분주히 카메라를 챙기는 내게 뚱보 사장님은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돈이란 건 버는 거거든요. 돈을 긁으면 안돼. 긁다보면 내 배 터지고 남 것 빼앗게 돼.”
그렇지요, 돈이란 건 땀 흘려 버는 것이지 앉아서 앉아서 갈퀴로 긁는 것이 아니지요. 내 배 부르자고 남의 것 빼앗는 것은 사람의 할 일이 아니지요. 자기 배가 부르면 남 배도 신경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이치를 나는 그 식당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P.S 그런데 이 얘기를 하면 누군가 가서 막무가내로 음식 비결 내놓으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소문에 듣자니 그런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몰염치도 '돈을 긁으려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