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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라마 속 대학원, 하하하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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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젊은 남성과 할머니의 대화. “총각은 뭐 해?” “학교 댕깁니다” “어디 댕기는데?” “카이스트요.” “어디?” “과학기술원이요.” “그래, 공부 못하면 기술 배워야지.”

텔레비전 드라마 <카이스트>(1999~ 2000)의 첫 장면이다. ‘이공계 천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던 시대상이 자조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당시 신문을 살펴보면 ‘이공계가 살아야 한국이 산다’와 같은 이공계 육성론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극중에서 전자과 이희정 교수(이휘향)는 ‘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도 포기할 줄 모르는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신조로 삼고 있다. ‘포기를 모르는 성격’만을 보고 실수투성이에다 성적까지 형편없는 정만수(정성화)를 자신의 연구실에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포기하지 않는 청년’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극중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도전→시련→좌절→극복’이라는 서사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주제곡인 ‘마음으로 그리는 세상’에서도 “소중한 건 바로 (마음속에) 쓰러지지 않는 용기죠. 나를 향한 믿음 (그것만이) 멋진 미래를 열 수 있는 작은 열쇠죠”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대중매체에서 그린 인문학도는 어떤가. 드라마 <스타의 연인>(2008~2009)은 국문과 박사과정 겸 시간강사 김철수(유지태)와 한류 스타 이마리(최지우)의 러브스토리를 다룬다. 김철수는 하숙비도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가난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도 ‘데리다’를 들먹일 만큼 현학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톱스타 이마리는 성장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인문학적 교양이 전무한 인물이다. 생활고로 인해 대필 작가로 활동하는 김철수는 의뢰인 이마리를 만나 그녀에게 ‘교양 과외’를 하게 된다. 계층적 차이로 연애관계 성립이 불가능한 두 인물을 매개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지식’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대학원(생)은 없다. 2018년 현재 이공계는 지나치게 열심히 육성된 탓인지 ‘산학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대학원생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거대한 공장이 되었다. 인문·사회과학이 생산하는 전문 지식의 가치는 암호화폐의 그것처럼 갈수록 ‘떡락’하고 있다. 만약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가진 대학원생이 있다면, 슬프게도 그 또는 그녀는 저임금 노동, 각종 갑질, 인격 모독, 성폭력에 더 장기간 노출될 확률이 높다.

(1) 드라마 속 대학원, 하하하 웃지요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