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단 적셔 오는 이른 아침 안개밭 속 깊게 차려입은 모시저고리 품안에서 전봇대 졸다 일어나 하품하며 마중 온다
무슨 속내 보여 줄 지 돌아설 기미 없고 말 없이 논길 따라 앞서기만 하는구나 시간을 휘휘 저어 가도 손아귀엔 찬 이슬
지난 밤 이야기 꽃 하얗게 내리더라 문설주 기대 앉아 희롱하던 꿈자락이 선잠에 뒤척이는 새 갈 곳 몰라 부서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