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이 모질다 해서 양지바를 필요있나
열매 맺어 주었던 씨앗은 이미 말랐고
지푸라기도 내팽개치는 들에 선다
건방지고 도도하여 외로울 것이나
위로하지 않기로 한다
서로를 경계선 밖으로
거세게 밀어내는 건 바람 탓
준비없이 내딛을 수 있고
고개만 돌리면 돌아설 수 있어
서 있다는 것은
어정쩡하게 바라보는 것
마른 침을 꼴딱 삼키며
새길 수 없는 글자만 되내는 것
들에 서서
원근감을 잃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주머니 속에 손때 묻은 체온
아쉬운 대로 짚불에 날려 버린다
여전히 입술을 꾹 다문 들녁은
산 중턱 노을에게 서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