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문고
초등 교실 뒤편 책꽂이에는
기증받은 책들
낡은 날개를 오므리고 있었다
죽음의 슬픔과
부활의 희열을
몇 권 없는 셜록 홈즈에서 찾았었다
루팡이 두 권이었고
두께가 다르고
크기가 다른
어느 위인전기도 두 권
어느 동화집은 세 권
대표로 꽂혀있었고
그리고 찢어진 단행본들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는 흔적들
햇볕에 가생이부터 바래고
얼었다가
말랐다가
좀벌레에 갉아 먹히고
한 줌 손 안에서 부서지면
기적처럼 태어날 이유가 있을까
두통
득템한 줄 알았다. 이게 웬 떡이냐. 12000원이라니. 그것도 술집에서. 도수도 적당한 35도. 양도 적당한 360ml (한 병 마시면 한 바퀴 돈다는 말인가). 소주 세 병 먹느니 이거 한 병으로 끝내는 게 좋겠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한민국의 명주가 보급형으로 나왔나 보다. 라벨에는 명인의 이름까지 인쇄되어 있었다.
이거 한 병 주세요.
키릭,,, 뚜껑을 돌려 따고 후배와 한 잔씩 따랐다. 누룩과 증류주 특유의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 캬아... 좋은데... 오랜만에 목젖이 호들갑 좀 떨겠군... 안주 나오기 전에 일단 한 잔 들이켰다.
함께 마신 후배는 한잔하더니... 크으...
사장님, 여기 소주 한병 주세요.
남은 보급형 명주는 내가 다 마셨다. 12000원이라서 버릴 수는 없었다. 내 입맛이야 원래 예민하지는 않으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단지 증류주에 곡물의 누룩 향을 인위적으로 첨가한 듯해서 술맛과 향 맛이 분리되어 있었다. 맥주 한 잔으로 입가심하고 술자리는 끝났지만,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근래에 보기 드물게 숙취에 절은 채 일어났다. 술은 깨지 않았고 아세트알데히드가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내가 뱉어낸 술 냄새가 2차 감염을 일으켜 벌건 취기가 다시 올라왔다. 우리 가게는 점심을 3시 30분쯤에 먹는다. 그때까지도 술이 깨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두통이 오히려 심해지는 기괴한 경험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처참한 뒤끝은 명인의 명주에 대한 이미지도 처참하게 만들었다.
그래,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니까...
사실 안주 때문에 그랬는지도 몰라. 두부김치와 피자 말고 국물 안주를 먹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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