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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에도 가게는 열어야 하는데 고백하자면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좋다. 친가 쪽이야 왕래도 없고 서로 데면데면해서 무소식이 희소식인 양 지내고 있다. 난 장남이라 차례건 제사건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고 할 도리만 다할 뿐이다.
처가 쪽은 예전에도 이야기 한 바 있듯이 1남 4녀의 집안이다. 장인 장모와 5남매는 모두 A형이며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 소심한 사람들이다. 처가를 보면서 혈액형 성격론이 혹시 과학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큰 형님댁 내외와 세 아이, 둘째인 우리 집 내외와 세 아이, 작은 동서네 내외와 두 아이, 막내 처제는 결혼 전, 막내 처남 내외와 한 아이, 거기에다 부모님까지, 모두 모이면 스무 명이다. 딸 부자집이다 보니 서로들 알콩달콩해서 때만 되면 모두 모인다. 큰 형님댁 아이들만 교환 학생이네 고3이네 하면서 요즘은 잘 안 보이지만, 별일 없으면 그 다 큰 애들도 합류한다. 명절과 생신 때 모이니까 일 년에 4번은 확정적이다. 난 시끌벅적하면 급 피곤해진다. 처가댁이 아무리 화기애애해도 한 집에 스무 명이 모여서 복작거리는 건 아직도 적응하기 어렵다. 처가댁 사람들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특히 작은 동서네와는 왕래도 잦고 술 한잔도 자주 하는 편이지만, 명절이나 생신은 사실 피하고 싶다. 가게 일 때문이라고 은근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내는
제발 나 좀 빼고 아이들이랑 잘 갔다와
라는 걸 아내는 모른다. 이 문어와 카멜레온의 혼종 같은 변신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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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들이 노릇노릇해지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녹두 빈대떡이 될 것 같다. 땅의 절실함과 땀의 고마움은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올여름의 슈퍼 울트라 땡볕 계란후라이 무더위가 그 결실에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이니, 온 힘을 다한 여름이에게 새참에 곁들이는 막걸리 한잔 바친다. 한잔하고 부디 내년에는 제정신으로 찾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