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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주로 주유소를 이용한다. 예전에는 5만 원 주유하면 무료 세차였는데 요즘은 7만 원 주유해도 2천 원을 따로 내야 한다.
주유소 구석의 자동 세차장에 차를 천천히 진입시키고 나서 기어를 중립에 놓는다. 안전한 타임머신 안에서 시간 여행을 즐기듯 거대한 곰벌레가 유리창에 부딪혀 구르며 뒤로, 과거로 넘어간다. 차는 식기세척기에서 갓 나온 따뜻한 밥그릇처럼 빤딱빤딱해진다. 내부는 썩고 있지만 괜찮다.
출근길에는 마음이 바빠서 못 하고, 퇴근길에는 세차장 문을 닫아서 세차를 못 한다. 쉬는 날 운 좋게 7만 원 이상 주유해야 할 정도로 기름통이 비어 있는 것이 세차 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외출해야 할 사유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 며칠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절묘하게 한 점으로 수렴하는 날이 세차하는 날이다.
금요일이 그날이어서 세차하고 토요일 날 비 맞았다. 내 차가 알려주는 일기예보는 할머니 무릎보다 정확하다. 올해는 세차하고 나면 이틀 안에 비나 눈이 왔다.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맑은 날의 연속이어서 피해가나 했는데 여지없다. 오래된 차라서 그런가. 관절염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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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2주 동안 수요일이 공휴일이다. 현충일과 지방 선거일. 금요일에 사전 투표를 해야 했는데 몇 가지 개인사를 처리하다가 깜빡하고 지나갔다. 천상 다음 주 수요일 투표하고 출근해야 한다. 장은 화요일에 왕창 봐 둬야겠다.
연휴가 아닌 것이 매출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멀리 가긴 애매하니 근교로 사람들이 모인다. 덕분에 현충일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선거일에도 현충일만큼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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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손님 끊기는 것인데 누굴 탓하랴. 일 년 365일 맑은 날만 있게 해달라는 기도가 생뚱맞게도 응답받는다면 이 동네는 5년 안에 사막이 되겠고 미세먼지, 황사, 모래 먼지의 잔치판에 사막 전갈만 살판나겠다.
기상청을 가끔 탓하기는 한다. 날 좋은 주말인데 발길이 뜸하면 십중팔구는 엊저녁 뉴스 말미의 일기예보 때문이다. 강수 확률이 30%라면 뉴스를 보는 사람의 30%는 외출을 자제하지 않을까?
일요일은 종일 흐렸다.
4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주체 못 할 정도로 에너지를 발산하던 시절에
작은 수첩에 빼곡하게 타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하던 시절에
만남은 삶의 수단이 아니었다
삶의 목적에 가까웠다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 자체로 목적의 실현이었다
우울하고 가슴 아픈 만남과 아름다운 만남은 같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를 내 오거나 이득을 바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정의 소모도 공평했었다
관계가 나를 규정이라도 할 것처럼
새로운 만남을 끊임없이 몸에 녹이며 나 자신을 포화시켰다
보팅 파워가 너덜거리는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듯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듯이
주체 못 할 정도로 분출하던 에너지가 어느 순간
연료를 소진하여 꺼지고 나는 잠적했다
불씨조차 남지 않은 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후로 만남은 목적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