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의 놀라운 경험을 잊지 못한다. 자고 일어나면 잔고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있었다. 자나 깨나 업비트! 보고 보고 또 보고 자다가 일어나서 보고!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도 보고! 지금 보면 미치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짓거리였다. 미친 가격보다 내가 더 미쳤었다. 탐욕과 광기의 세레나데에게 빅엿을…ㅋㅋ
그런데 어느 순간 사고 싶을 때 살 수가 없고 팔고 싶을 때 팔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길동이의 마음, 코인계의 서자가 된 듯한 기분. 그래서 코인의 율도국을 찾아 사바세계를 떠날 결심을 했다. 율도국을 찾아 떠나는 수많은 난민의 틈에 끼어 해외로, 해외 거래소로 도주했다. 도주 중에 비트코인을 팔아 수많은 알트코인들을 영접했다.
'비트코인이 두 배 오르면 얘네들은 최소한 세 배는 오를거야' 라는 생각이었다.
비트코인이 두 배 떨어질 때 우리 아기들은 세 배 떨어졌다.
영어의 압박이 굉장했지만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넘겼다.
옆으로 잠시 새자면, 구글 번역기, 대략 똑똑하다. 주어와 서술어를 구분할 줄 안다. 목적격 조사는 목적에 맞을 거라고 대충 짐작하고 넘어가도 괜찮다.
조금 더 새자면, 영어는 왜 주어와 서술어라고 안하고 주어, 동사로 구분하는지 모르겠다. 국문법으로 이해안되는 형식이라 아리송하다.
한가지가 해결이 안되면 해결될 때까지 하던가,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리던가 하는 성격이라 나는 결국 영포자가 되었다.
몇 개의 해외거래소에 코인을 분산시켜 놓으니 좋은 점이 있다. 일단 자주 보는게 귀찮다. 보고 나서도 원화 총액을 확인하려면 엑셀이라도 돌려야 한다. 역시 귀찮다. 덕분에 광폭한 하락장을 겪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멘탈관리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하락장을 버텼다. 귀차니즘의 승리.
그러던 중 스팀잇을 알게 되었고 열흘의 기다림 끝에 가입 윤허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가입한 뉴비들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어차피 길게 보고자 한 이상 뚜벅뚜벅 걸어 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최근 스팀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고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아니라 찬스가 왔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은 막다른 느낌.
움직일 때가 되었다. 외국물 먹으며 띵가띵가 하던 놈들을 소환하기로 했다.
나도 못가본 곳을 동전 주제에….
코인들의 회수 과정은 빡침의 연속이었다. 실생활과 관련이 없다는 둥, 장미빛 미래는 얼어 죽었다는 둥의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빡침1.
트랜잭션이 상상이상으로 느리다. 늦게 퇴근하여 pc를 키고 해외거래소에 로그인 하고 업비트로 보낸다.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다음 날 출근때문에 자려고 하는 순간 도착한다.
여기에 비하면 스팀은 얼마나 빠르던지... 스팀으로 환전 후 스팀잇에 보내면 1분안에 완료되더라. 그렇게 며칠 동안 애지중지하던 코인들을 한 두놈씩 다른 주인을 찾아 떠나 보냈다.
빡침2.
어느 해외 거래소는 접속이 안된다. LTC를 0.1개만 업비트로 보내보았다. 두시간 후, 도착은 잘 했다. 나머지를 보내기 위해 해외거래소에 다시 접속했다. 접속이 안된다는 것을 친절하게 중국어와 영어, 2개국어로 말해주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알 수 있었다. 구글번역기가 중국어도 된다는 거 이번에 알았다.
쉬는 날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빡침3.
아이들을 해외에 오래 두어서 그런지 살들이 쪽 빠졌다. 너무 홀쪽해져서 눈물이.... 맛있는거나 좀 먹고 다니지,,,,,배낭여행만 했나 보다. 이제 와서는 어쩔도리가 없다. 스팀이 아른거려서, 팔아 치웠다. 아직 회수 못한 아이들은 그냥 놔 둘 예정이다. 누가 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지...
이렇게 빡쳐가면서 스팀에 지대한 기여를 했는데 안가면 안된다.
이더월렛에 있는 아이들은 업비트에서 거래를 안하는 놈들이었다.
언제 어떻게 거기 가져다 놓았는지 스스로 참 용하다고 다독였다.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좀 세게 다독였다.
나의 스파업은 그래서 아직 진행중이다…… 아 진짜 빡침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