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마신 소맥 몇 잔에 얼굴이 불린 병아리콩이 되었다.
화끈거리기도 하는 것 같아서 차창문을 내렸다.
굵은 모래를 폐 안에 쌓는 듯한 느낌은 미세먼지에 의한 강박이다.
아침 바람이 시원스럽게 스친다.
임진강 뻘 냄새까지 붙잡으려면 숨을 깊게 들이 마셔야 한다.
햐~~~
3년 묵은 퇴비 냄새.
이게 정겹고 향기로울 수 있다는 것을 요즘 세대는 모를 것이다.
농사철이 다가오니 한동안 퇴비밭에 빠져 살겠군..
봄의 튼살 사이로 불쑥 삐져나와 있던 텃밭 잡초들.
잡초들을 만져보며 살갗으로만 확인했던 3월을 눈에 담아 갈무리했다.
출근길에 개나리를 발견했다.
가만히 보니 이제야 나무가지마다 듬성듬성 연두색 물감을 분무하고 있다.
각기 다른 초록색으로 보기 좋은 수채화를 그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북쪽이라 그런가.
봄이 더디 온다.
훈풍이 분지 20일이 지나서야 개나리 꽃나무는 화답하는구나.
밀땅같은 꽃샘추위가 살짝 있었지만 끈기있게 몰아 부친 끝에 봄은 바람의 구애를 받아 들였다.
장사 안된다고 징징거렸더니 우리 가게를 굽어 살피시는 구렁이 가신님이 노하셨다.
주말에 스팀잇도 할 수 있다고 약올린 게 화근이었다.
엊그제 토요일을 연 중 매출 5위권에 올려 놓으시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난 수심의 미소를, 싸장님은 활짝 웃는 노란색 병뚜껑 스마일을....
올 여름 대박 날 것 같다.
조금 천천히 망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기분 업 되신 싸장님 신메뉴 하나 하자신다.
허머스라고 건강식에 다이어트식이며 여자들이 엄청 좋아한단다.
우리 가게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이 오긴 하지.
먹어보지도 못한 메뉴인데요..
이번 주 언제 쉬시나요..
이번주는 이틀 쉽니다. 수요일, 금요일..
그럼 수요일 같이 먹으러 가시죠..
수요일은 치과에..
그럼 금요일 가야겠네요..
네..
내가 음식재료분석기도 아니고.. 한 번 멕이고 해보라는 건 아니겠지..
허머스.. 좋아들 하시나요..??
성격 급한 사람들한테 나는 항상 끌려다닌다.
가게에서 나는 매니저다.
그것도 총괄 매니저다.
사람도, 총괄할 것도 별로 없지만.
싸장님이 계시니 서열2위,,, 싸모님도 나오시니 서열3위다.
서열1,2위는 주말에만 나오시고 서열3위는 오늘 테이블을 닦았다.
홀 직원은 서열2위의 친조카.
월요일이 휴무라서 나는 매주 한 번 홀 서빙을 해야 한다.
확실히 주방이 맘 편해.
손님 응대는 불편한 영역이다.
주방에 함께 계신 두 분은 나보다 연배가 높으시다.
그래서 명목서열은 3위. 실질서열은 6위인듯.. 실질서열 7위는 주말에만 일하는 알바.....
그래도 행동거지는 서열 1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