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마주하는 길의 끝
배낭 풀고 밥 한 술
숨구멍이 삼삼해지면 쉴 때야
몸에 맞는 등걸을 찾아
기대 앉아서
번잡한 기억을 훑어 낸다
너덜한 여행자 수첩 마지막 장에는
반쯤 감은 노을
선선한 바람을 그린다
이럴 때는 작자미상의 노래가 제맛
가사는 풀어 헤쳐 낚시밥 쓰고
멜로디만 주워 삼킨다
짧은 여행
발바닥엔 감상평만 가득해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같은 학교 중심으로 반을 나누었다고 한다. 수업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란다. 큰 아이가 제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엄마 진짜 크은일 났어. 우리반에 남자애가 없어'
이 나이가 되도록 경험해 보지 못했던 '청일점'을 놈은 너무 일찍 경험한다. 이런거 싫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싫은 눈치다. 재미없는 유전자만 골라서 물려받았다.
아침 먹는 중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남자는 여자들 무리에 혼자 있으면 엄청 뻘쭘한데 여자는 안그런거 같아'
아내는
'남자는 로보트가 되지, 여자는 자연스럽고..'
'응,, 남녀가 그래서 차이나는 건가?'
'그거,,,, 눈빛부터 손짓까지 다 설계된거야..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 지 남자들은 눈치 못채지..'
신경 쓰이는 건 똑같다는 얘기.. 인가......?
치과에서 두 번째 신경치료를 받았다. 마취도 싫고 입안에서 울려퍼지는 기계음도 싫다. 치통은 더 싫다. 마취를 하고 나면 왼쪽 턱에 구멍이 난 기분이다. 치료 후 컵에 담긴 물로 입을 헹군다. 왼쪽 편 입술 사이로 물이 찍 새 나온다.
롯데리아에서 치즈버거를 먹는데 귀에 익은 노래가 들린다.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난 얼마만큼 그대안에 있는지 그 입술로 말해보세요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해 왔다고 말이에요~~'
고 유재하의 노래인데 리메이크 된 듯 하다.
예전, 창가에 나란히 서 있던 친구가 불러 준 '지난날'이라는 노래로 유재하를 처음 접했다. 세련된 멜로디에 혹해서 1집을 사 보았다. 그게 끝이었지만. 그 친구는 두꺼운 입술에 여드름 투성이의 남자다.
불안정한 음정과 가수답지 않은 성량과 노래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고음처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는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한쪽이 마비된 입술로 '그 입술로 말해보세요'를 작게 불러 보았다.
마시고 있던 콜라가 나도 모르게 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면서 치즈버거를 오른쪽 이로 꼭꼭 씹어 먹었다.
리얼 플레이어 원을 보았다. 팔이 잘리면 코인이 쏟아지는 가상현실에 관한 영화다.
네드야,, 웨이드 만큼만 해다오…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