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이라 미안하다.
그래도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아.
그동안 고마웠다.
처음 소개 받았을 때는 두근두근했지.
어수룩한 안경에 그토록 해맑은 웃음이라니...
단번에 알아챘어.
우리는 친구 될 수 없다는 것을...
서로를 영원히 지켜줘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유난했던 그 겨울을 우리는 함께 견뎌냈지.
네가 찾아오는 날은 언제나 설레였어.
짧은 대화 한마디와 긴 침묵
따스한 눈맞춤으로 불면의 밤을 건넜지.
네가 오지 않았던 밤은 하필 몹시 추웠어.
기다리다가 까무룩 졸았는데
내 자신 얼마나 한심했는지 몰라.
네가 없는 밤은 새하얀 기다림어야해.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널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것이야.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너는 오지 않았지.
문득 네가 웃을 때 어떤 손짓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어.
박장대소 할 일에도 잔잔한 미소 뿐이었지.
마치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박제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매일 같은 양을 나눠 주어야만
내 어리광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애정도 공평할 수 있다고
네가 없는 밤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네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 밤,
너는 다시 내 창문을 열었지.
조금 아팠었다는 말에
시베리아까지 꼬리를 물었던 내 차갑고 옹졸한 의심이
단번에 잘려 나갔어.
그때 네가 많이 힘들었다는거 이제는 알아.
헤어지겠다 마음먹기까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수천 번을 혼자 묻고 답하기까지,
네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을거라는 것이
내 삶 어느 때보다 큰 상처가 되리란 걸 알게 되었지.
결국 나는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할 테지만
네 잔잔한 미소만은 모든 것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
상투적이라 미안하다.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영원한 나의 히어로
짱짱맨.
더불어 고마웠어 케이알-뉴비.
from 셀프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