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마루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된 건물로서 해운대 동백섬에 있다. 앞으로는 광안리 해변, 남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뒷편으로는 동백섬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정말 멋진 전망대를 갖춘 곳이다. 사람에 따라선 하늘로 치솟은 센텀시티의 마천루도 누리마루가 가진 좋은 풍광에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자연과 인공의 멋진 풍광을 가진 이 누리마루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한낱 박제된 건물에 불과하다. 2005년에 개최된,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한 국제회의를 기념하기 위한 박제말이다.
아시아태평양 여러 정상들이 앉았던 회의장의 테이블과 의자는 빨간 줄로 둘러싸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받고 있지만 12년된 유물일 뿐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이곳이 정상회의가 있었던 자리라는 걸 알리는데는 사진 몇장으로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보존이라는 미명하에 박제화시켜야했을까? 도서관이나 강당 혹은 극장으로 만들었다면 시민들과 호흡하며 공존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지는 않았을까?
남해바다가 훤히 내다뵈는 멋진 로비는 썰렁한 소파가 차지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한번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금지해야 맞는 것인가?
작동을 멈춰버린 엘리베이터가 이 건물은 이미 살아있지 않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쓴 방명록이다.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
이 누리마루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정상들이 얼마나 영양가있는 합의를 했는지는 내 기억속에 없다. 아마도 별거 없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APEC회의의 방명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회의 한번했다고 도전과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 누리마루가 도전과 변화를 위한 보루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하지만 노대통령의 이 방명록을 안고 있는 누리마루는 도전도 변화도 멈춰버린지 오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