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누리마루 - 박제가 된 건물

rubymaker(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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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마루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이 개최된 건물로서 해운대 동백섬에 있다. 앞으로는 광안리 해변, 남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뒷편으로는 동백섬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정말 멋진 전망대를 갖춘 곳이다. 사람에 따라선 하늘로 치솟은 센텀시티의 마천루도 누리마루가 가진 좋은 풍광에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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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연과 인공의 멋진 풍광을 가진 이 누리마루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한낱 박제된 건물에 불과하다. 2005년에 개최된,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한 국제회의를 기념하기 위한 박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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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여러 정상들이 앉았던 회의장의 테이블과 의자는 빨간 줄로 둘러싸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받고 있지만 12년된 유물일 뿐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이곳이 정상회의가 있었던 자리라는 걸 알리는데는 사진 몇장으로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보존이라는 미명하에 박제화시켜야했을까? 도서관이나 강당 혹은 극장으로 만들었다면 시민들과 호흡하며 공존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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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가 훤히 내다뵈는 멋진 로비는 썰렁한 소파가 차지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한번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접근을 금지해야 맞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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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을 멈춰버린 엘리베이터가 이 건물은 이미 살아있지 않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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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쓴 방명록이다.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

이 누리마루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정상들이 얼마나 영양가있는 합의를 했는지는 내 기억속에 없다. 아마도 별거 없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APEC회의의 방명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회의 한번했다고 도전과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 누리마루가 도전과 변화를 위한 보루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하지만 노대통령의 이 방명록을 안고 있는 누리마루는 도전도 변화도 멈춰버린지 오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