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 눈

rt4u(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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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

태어난 후

하늘만 보며 올랐다.

아래는 보지 않고,

아니, 볼 수 없었지.

이미 나는 너무 올라와 버렸으니까.

아찔한 그 높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의 무게.

내려 놓을 수 없었던 것들을 끌고 끌며

그렇게 아득바득 올라와 보니

어느 샌가 아래로 떨어지는 내가 있네.

살아온 궤적은 결정이 되어

단단하게 뭉쳐

이제 더 이상은 옛처럼 흐르지 않는

굳어버린 나의 피.

추락하여 깨어지지 않도록

차가운 북풍이 따뜻하게 나를 받쳐 주면,

어느 산 잎 떨어진

나무라도 덮을 수 있는 이불 조각.

언젠간 녹아 흩어질 나의 육신이

어둔 밤 희게 빛날 마지막 업적.

[자작 시] 눈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