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후
하늘만 보며 올랐다.
아래는 보지 않고,
아니, 볼 수 없었지.
이미 나는 너무 올라와 버렸으니까.
아찔한 그 높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의 무게.
내려 놓을 수 없었던 것들을 끌고 끌며
그렇게 아득바득 올라와 보니
어느 샌가 아래로 떨어지는 내가 있네.
살아온 궤적은 결정이 되어
단단하게 뭉쳐
이제 더 이상은 옛처럼 흐르지 않는
굳어버린 나의 피.
추락하여 깨어지지 않도록
차가운 북풍이 따뜻하게 나를 받쳐 주면,
어느 산 잎 떨어진
나무라도 덮을 수 있는 이불 조각.
언젠간 녹아 흩어질 나의 육신이
어둔 밤 희게 빛날 마지막 업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