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대문 선물해 주신 @marginshort 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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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조심히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누르고 버릇처럼 옷을 벗으려다가 흠칫하고는, 조심히 갈아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 가지고 들어 왔다가 혹시라도 깨면 낭패니까......'
조용히 샤워 하기 위해 샤워기를 약하게 틀자,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왔다.
형식은 조심스레 샤워기 탭을 온수 쪽으로 옮겼다.
그러자 약하게 물을 튼 덕인지 샤워기에서 김이 펄펄 나는 물이 갑자기 나오기 시작했다.
형식은 황급히 입을 막으며 샤워기 탭을 다시 냉수 쪽으로 돌렸다.
'아...... 씨......'
속으로 육두 문자를 주워 섬기며 형식은 조심스레 몇 번 샤워기 탭을 조작한 끝에, 결국 만족할 만한 온도를 찾을 수 있었다.
여름이라고 따뜻한 물이 기분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숙취로 멍한 머리를 적당히 뜨끈한 물로 씻어 내리며, 형식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한 여성의 죽음.
너무나 이상했던 사체의 상태.
그리고 사라져 버린 사체.
그 날 청소 당번이었던 아주머니의 죽음.
'냄새가 너무 풀풀 나서 오히려 이상한데......'
나름 수사 중인 시체를 꺼내서 인멸할 정도의 대담성을 가진 녀석이다.
'머리가 없는 건가, 아니면......'
형식은 얼굴 쪽으로 샤워기를 옮겼다.
약한 물줄기가 형식의 얼굴을 기분 좋게 감싸고는 형식의 몸을 타고 흘렀다.
'그 사체만 없어지면 다른 건 어떻게 되어도 좋을 만큼, 그 사체에 엄청난 비밀이 있는 건가......
어찌 됐건, 사체 반출에 이용한 장기말마저 과감히 치워 버리는 녀석들이다.
앞으로는 좀 피곤하겠는데.'
물론 그 아주머니가 그 조직에 이용 당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정황 상 관련도는 거의 100%에 가까워 보였다.
'에어컨 기사도 아마 찾을 수 없겠군.'
형식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사건인거야, 이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형식의 몸은 온수로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이런, 나가야겠네.'
형식은 급하게 비누칠을 하고는, 몸을 헹구고, 물기를 닦아 내고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에어컨의 냉기가 살짝 기분 나쁠 정도로 형식의 몸을 찔렀다.
형식은 살짝 몸을 떨고는, 바닥을 바라 보았다.
아직도 인재와 영인은 꿈나라를 헤메고 있었다.
"허흠!"
형식의 헛기침에 먼저 반응한 것은 영인이었다.
영인은 멍하게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부시시한 머리를 한 번 넘기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 형식 선배님...... 여기 어디죠?"
"우리 집."
영인은 몇 번 눈을 꿈벅이며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진 인재를 바라보고는, 다시 한 번 형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후다닥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형식에게 물었다.
"저...... 선배....... 욕실 좀......"
형식은 영인에게 수건을 내밀며, 뒤 쪽을 가리켰다.
영인은 낚아채듯 형식에게 수건을 받아 들고는, 욕실로 달음질 쳐 들어갔다.
형식은 피식 웃고는 벗어 던져 놓은 옷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어 새로 갈아 입은 옷으로 옮겨 넣었다.
그리고는 어제 마신 흔적들을 대충 편의점 봉투 안에 우겨 넣고 바닥을 대충 털어낸 후 아직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인재 옆에 털썩 앉아 TV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의 재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지나 생각 없이 채널 버튼을 누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형식은 뉴스에 채널을 고정 시키고 있었다.
올해도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이야기, 장마로 인한 피해 이야기, 오늘 날씨도 소나기가 예상 된다는 이야기......
"이 놈의 비는 지겹도록 오는구만."
형식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 한 대가 땡기는 시간이었지만, 형식은 억지로 참고 있었다.
층간 흡연 때문에 이웃 항의를 한 번 받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내 집에서 담배도 제대로 못 피고, 이거야 원......"
그 때, 인재가 꿈틀 거리더니 머리를 싸 쥐고 일어났다.
"아으...... 아으으으 머리야......"
"깼냐?"
"아니...... 안 깼어...... 머리 아퍼......"
인재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오...... 나 어제 얼마나 마셨지......"
"너? 적당히."
"아냐, 적당히 안 마신 것 같아...... 형 나 화장실 좀......"
"안 돼."
"왜!"
"영인이 들어갔다."
인재는 다시 한 번 얼굴을 찌푸리고는, 바닥으로 다시 늘어졌다.
"아...... 나 더 잘래. 몰라."
"너 오늘 근무 없냐?"
"몰라 몰라. 잘래."
형식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저러고도 안 짤리는 게 참 신기하다."
여차 저차 시끄러운 아침을 보낸 형식 일행은, 서에 잠시 들러 얼굴 도장을 찍고는 눈치를 보다가 슬금 슬금 빠져 나와 근처 순대국 집으로 모였다.
"아흐~~~~~!"
뜨끈한 국물이 입으로 들어가자, 인재는 연신 아저씨 같은 소리를 냈다.
"역시 해장은 이 맛이지!"
건더기는 쳐다 보지도 않고 국물만 연신 들이키는 인재를 보며, 형식과 영인은 조용히 순대국을 입으로 가져갔다.
"영인이는 오늘 들어가면 업무 협조 공문 부터 보내 줘."
형식의 말에 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이야기 한 대로, 분담해서 수사하자."
"네, 선배님."
영인은 슬쩍 인재를 쳐다 보았다.
"저 바보 좀 잘 부탁 드려요."
형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순대국 그릇으로 숟가락을 옮겼다.
이번 주는 딱히 선택할 건덕지가 없어서 선택지는 제외입니다.
다음 이야기 부터 두 팀의 수사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