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황혼 XXVII] 탈-중앙화는 실패한 신인가?(Decentralization: the god that failed)
요즘 탈 중앙화를 가지고 여기 저기서 난리 입니다. 이더리움을 만든 천재 엔지니어인 비탈릭 뷰테런이 주장하는 탈 중앙화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고, 일부 타협을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고. 이제는 하락장이 길어지니 아예 “미들맨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 미들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필요한거죠. 아니 그런데 대관절, 탈 중앙화라는 건 뭡니까? 누가 정의했고, 무엇이 맞는 말입니까?
댄의 탈 중앙화와 비탈릭의 탈 중앙화
우선, 이 둘이 정의하는 탈 중앙화가 가진 뜻이 좀 다릅니다. 일단 비탈릭이 바라보는 탈 중앙화에 대해선 해쉬드가 미디엄에서 번역한 비탈릭의 ‘탈중앙화란 무엇인가?’ 라는 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정치적으로 탈중앙화되어 있고(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다), 구조적으로도 탈중앙화되어 있지만(기술 기반구조상 단일지점 실패의 여지가 없다), 논리적으로는 중앙화되어 있다. (하나의 합의된 상태가 존재하고, 전체가 한 대의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비탈릭이 정의하는 탈 중앙화란,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고, 기술 기반구조상 단일지점 실패의 여지가 없고, 시스템 인터페이스와 구조가 분산화 되어있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사실 비탈릭이 바라보는 탈-중앙성이란, 나카모토의 그것이랑 매우 흡사해 보입니다. 특히 그가 정의한 정치적인 탈 중앙화에 있어선, 아나키에 가까운 답변을 낸 것이 사실입니다.
당연히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 비탈릭에 눈에는 기존 기업들도 중앙화 되어있을거고, 21개의 BP를 두고 블록을 검증하고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지분위임 방식의 합의 프로토콜도 중앙화 되어있다고 볼겁니다.
그렇다면 댄 라리머는 탈 중앙화를 어떻게 볼까요? 답은 이 비디오에 있습니다:
1분 21초부터 보시면 댄 라리머가 나오고요. 댄 라리머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자유롭고 오픈되어 있는 것이며 누구나 들어와서 그것을 사용하여 자유-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진짜 탈 중앙화는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자유시장이라고 진실로 믿는다. 서로가 경쟁해서 더 나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 말이다.
즉 댄 라리머는 자유시장(Free Market)그 자체가 탈 중앙화라고 주장합니다. 비탈릭은 이 주장에 분명히 반대할 겁니다. 왜냐하면 비탈릭은 자유시장이 만들어낸 기존 기업들을 중앙화 되어있다고 주장했거든요.
기존의 기업체(Traditional corporations)들은 정치적으로 중앙화되어 있고 (한 명의 CEO), 구조적으로 중앙화되어 있고 (하나의 사무실), 논리적으로도 중앙화되어 있다. (반으로 나눌 수 없다)
제가 보기엔 댄 라리머는 탈 중앙화를 거시적으로 바라봤고, 비탈릭은 탈 중앙화를 미시적으로 바라본게 아닌가 합니다. 기업체(corporations)들은 내부적으로는 중앙화 되어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를 부정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체(corporations)들도 자유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을 해야하고 거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댄 라리머에겐 탈 중앙화 되어있는 것이죠.
조금 더 이야기 해볼까요? 기업체들(corporations)이 만약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내부가 아무리 중앙화 되어있을 지언정 그 기업의 존폐여부는 주주들에 달려있지 않고 소비자와 시장의 선호도(Market Preference)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진정한 주권이 어디에 있는가? 소비자에 있다는 점에서 기업체들도 탈 중앙화 되어있다는 것이 댄 라리머의 주장이죠.
댄 라리머(Dan Larimer)에게 유튜브는 중앙화 서비스 일까요?
댄 라리머는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떻게 보느냐는 댄 라리머에게 달려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이해한 댄의 관점에서 유튜브는 중앙화 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뭐, 물론 유튜브가 블록체인 기반이 아닌 건 사실이죠.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중앙화 되어있고요. 그런데 유튜브 사업의 존폐 여부가 유튜브 자체적으로 없다는 것, 그리고 경쟁자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 더 나은 플렛폼이 나오면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서 거시적 탈 중앙화 되어있습니다.
유튜브가 우리에게 동영상을 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튜브를 언제든지 안볼 수 있습니다. 출입이 자유롭고, 강제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탈-중앙화 되어있는게 아닐까요.
애초에 유튜브를 중앙화 서비스라고 비난할게 아니라. 중앙화와 탈 중앙화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그 관점도 바뀌는 거 같습니다. 문제는 댄 라리머의 뜻을 지지하는 사람들 조차도 자유시장이 탈-중앙화라는 그의 말을 이해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재 시장은 중앙화 되어있는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nomy)는 사실 ‘자유’시장경제가 아닙니다. 언제부터냐구요? 꽤 됐어요. 애초에 정부가 존재하고나서 자유시장경제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자유시장경제를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고.
미국이야 1913년 이후로 중앙은행이 있었고, 그 전에도 띠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대통령의 철저한 규제 정책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자유시장경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졌죠.
그리고 여러분들이 잘 아는 록펠러랑, 카네기, 벤더빌트와 같은 독점왕들은 정부에 철저한 로비를 통해서 독과점을 이어가던 사람들 입니다. 자유시장경제의 “담합”에 의한 독점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전형적인 정경유착이었죠.
당연히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서, 규제를 펼치고 카르텔을 만들면 그건 중앙화가 맞죠.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도 없고, 교환의 매개를 특정 세력들이 ‘독점’으로 발행하고 컨트롤 하는 시장이 어떻게 탈 중앙화 입니까.
만약 아까 제가 들었던 유튜브가 동영상 플렛폼 시장의 장악력을 정부와 결탁하여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중앙화 서비스가 맞습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대체제가 나올 수 있고, 언제든지 다른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중앙화가 아니라 탈 중앙화라는 것이죠.
여러분에게 탈 중앙화란 무엇입니까?
탈 중앙화를 무슨 교리인냥 떠받들기 이전에. 자신은 탈 중앙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탈릭이 탈 중앙화가 이렇다 저렇다고 해서 그것이 탈 중앙화의 참 뜻이 되는 것도 아니며, 댄 라리머의 그것이 진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댄 라리머가 정의한 탈 중앙화가 훨씬 더 납득이 가는 정의이기 때문에 EOS가 중앙화 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요. 좀 생각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누군가가 정의한 무엇을 교리인냥 떠받들고 앉아있을겁니까? 애초에 탈 중앙화는 블록체인이 없던 시절에도 존재하던 것이었으며, 블록체인이 그것을 조금 더 극대화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탈 중앙화” “탈 중앙화”외치는데, 정작 탈 중앙화가 뭔지도 모르면서 외치고 남들을 비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아성찰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