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과 이오스의 진영을 나누는 건,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개발자에 대한 선호도도 있을 것이고. 해당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더리움이, 누군가는 이오스가 좋은게 당연하다. 우리의 가치는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오스와 이더리움의 팬덤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합의 메커니즘(Consensus Mechanism)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더리움은 캐스퍼를 통해서 POS(지분증명)를 구현해낼 것이고, EOS는 애초에 메인넷부터 DPOS(위임지분증명)를 구현해낸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한국에선 이더리움과 POS합의 메커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톰이라 불리는 정우현씨를 주축으로 그룹을 이루고 있고.
DPOS 합의 메커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clayop 증인이나, 노드원의
@loum 님을 주축으로 그룹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더리움의 비전과 비탈릭 뷰테런의 철학을 지지하지만, EOS와 DPOS쪽으로 좀 기울어져 있는 것도 없지않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위임지분증명에 대한, 특히 EOS의 위임지분증명에 대해서 분석하고 변호해볼까한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EOS를 비판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이다. DPOS는 애초에 퍼블릭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성(Decentralization)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Block Producers(스팀잇의 경우엔 증인)들이 홀더들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때문인데.
POW나 POS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높고, 자본이 많은 홀더가 지지하는 후보가 권력을 쥐게 될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뭐, 충분히 이해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EOS 네트워크를 볼 때, Block Producers들만 보는 것도 오류가 있다. 댄 라리머는 BTS와 STEEM의 구조를 실험하면서 많은 부분들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EOS에는 BP들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중재자와, 홀더들이 입법을 할 수 있는 Worker Proposal이라는 장치들을 마련해놨다. EOS홀더들은 삼권분립 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글쎄. 나는 좀 다르게 이해했다. 일단 네이밍부터 다시해보자. 네이밍이 제일 중요하니까.
EOS 홀더들이 EOS 통치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할 때, BPs들을 행정부, Arbitrators들을 사법부, 그리고 WPS를 입법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현실 시스템을 비유로 EOS를 설명하려면 저렇게 네이밍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설명해버리면, EOS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서 지금 현실 시스템이랑 다를게 뭔데?
라며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이래서 워딩이 중요하다. 저렇게 워딩을 해버리면 이오스 통치시스템도 중앙화 되었다는 피드백밖에 듣지 못한다. 다시 워딩을 해보자.
이들이 노드를 운영하고,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RAM자원을 제공하고 한다는 점에서 행정의 업무를 맡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개념이지 기관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혼선이 있을 수 있다.
BPs들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EOS홀더들에게 자기들을 끊임없이 PR한다. 임기도 없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이 환경에서 홀더들을 모으고, 자신들의 서비스들을 어필한다.
이런 생태계를 현실세계와 굳이 비교하자면, 정치 시스템이 아닌 시장 시스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물론 시장에서 높은 평판을 받은 업체들은 계속해서 부단하게 노력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지만, 한 번 휘청이면 나락으로 떨어져 부도가 나기도 한다.
BP들도 마찬가지다. BP의 리더는 기업가 정신이 요구된다. 끊임없이 많은 생각과 혁신에 대한 집착을 해야한다. 이들은 지금 BP시장에서 수백개의 경쟁 그룹들과 경쟁하며 BP가 된다. 그리고 BP가 되더라도 자신들의 권한은 21개로 분산되며 내일 당장 BP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어떤 행정부가 21개로 분산되며, 권력이 이동되었을 때 생태계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나? 이런 점에서 DPOS는 혁신적이라 볼 수 있다.
중재자라고 다를 건 없다. 내가 이전 게시글에서 중재자의 선정 방법을 '시장에 기반하여'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들도 끊임 없는 경쟁을 통해 그 판결의 객관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오스 홀더들은 이들이 내리는 판결에 대한 로직을 꾸준히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편향되어있는 판결을 내리는 중재자, 또는 중재 그룹은 시장에서 도태시켜야 한다.
잔인하다. 하지만 냉철해야 객관성이 보장된다. 중재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들도 역시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들에게 시장성이란, 객관성이고 냉철함이다.
입법의 구조도 기존 시스템과 많이 다르다. DPOS와 비교되는 기존 대의민주제 시스템에선 몇 년에 한 번씩 우리가 투표하는 정치인들이 발의하여 투표하는 시스템인 반면에. WPS는 이오스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면 무엇이든 제안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대의민주제 시스템에선 입법이 통과되면 구성원의 돈인 세금을 강제로 걷어서 실행한 반면, EOS에선 블록 생성에 의한 리워드를 통해서 실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생기기 때문에, EOS의 전체 발행량이 늘어나고 EOS토큰 가치가 떨어질 염려도 있겠지만, 기존 중앙은행의 정책과 다르게 인플레이션 비율이 일정하다는 점. 그리고 EOS는 기존 화폐들과 다르게 DAPP을 만들 때에 락업을 해놔야 하기 때문에 실제 유통량과 전체 발행량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디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금을 걷는것과는 다른 맥락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WPS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EOS의 수요 상승에 의한 EOS토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오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EOS의 통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듯하다. 물론,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단순히 BP들만 통치 시스템으로 보는 것도 잘못된 것일 뿐더러, BP들의 시스템도 굉장히 많은 견제요소가 포함되어있다. 단순히 21명의 단체에게 네트워크 권력을 위임한다는 사실로 중앙화 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타인의 단면만 보고 성격을 파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절대로 EOS 고버넌스는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