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TV 프로그램 때문인지 한적한 곳에 있는 전원주택 풍의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부터 시청자가 원하는 집들을 구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평소에는 관심에도 없던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단독주택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라는 주제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가치관의 변화로 (아니 트렌드 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면 현실도피적인 성격인지도 모르겠지만) 인해 '과연 내 집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가?'로 자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세상이 변해가고 원하는 곳, 원하는 집에서 살기 어렵다면 차라도 럭셔리하게 마련하겠다는 생각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이런 세태가 (세태라고 쓰니 이상하게 과거스러운 글이 되어 보이지만) 특별히 문제가 있다거나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나라는 존재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저지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던 중에 마음 한켠에 숨어있었던 멋진 집에 대한(거주지 정도로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줄만한 TV 프로그램을 만나니 여러 가지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집이라는 게 경제라는 논리와 만나게 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우리 앞에 또 다른 선택지로 큰맘 밑에 작은 맘을 먹어서 대차게 긴 휴가를 내어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다. '육아휴직'등의 선택 등을 통해서 '제주 일 년 살아보기'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해보는 것도 조금은 작아졌지만 행복한 상상을 하기에 새로운 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일 년 동안 줄어든 수입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상상이라는 풍선을 터뜨려 버리는 순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 조금 더 작은 맘을 먹어보자. 요즘은 집을 빌려주는 곳들도 많으니 살아보고 싶은 곳에서 한 달 정도만 살아보면 어떨까? 관점을 바꾸면 길이 열리는 건가? 그런데 해외면 더 좋을 것만 같다. 생각해보자. 유럽 한적한 시골마을 해변가의 멋진 집을 빌려 한 달 동안 살아본다면... 음. 당연히 좋겠지... 응. 그래 좋겠지...
생각해보니 나 사무실이었구나. 띵동하고 메일이 도착한다. 하계휴가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다. 파티션 한켠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달력을 째려본다. 휘갈겨 쓴 글씨로 가득 채워진 일정들이 나를 부른다. 여기서 저기서 오라고...
그래 너 수십 년째 지구에서 잘 살아가고 있잖아.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 순간 내 안에 삼지창을 들고 온 그가 몇 마디를 던지고 지나간다. 언젠가 날개를 달고 나타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한 달 살아보기', '일 년 살아보기'라는 선물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허공에 뿌리며 다시 회의실로 뛰어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