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글을 주로 올리는 입장에서 해야할 질문이 아닐수도 있지만, 간혹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고 있고 일상을 통해 일상에 관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어떤 글을 올리는 목적이 플랫폼의 형태와 구조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 결국 일상글은 결국 잘 팔리기를 (잘 보상 받기를) 위해 내어놓는 가판대의 물건에 불과하다고. 효율이 중요한 글쓰기의 관점에서는 사실 들이는 품이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보상은 글의 가치보다는 (기대) 활동의 가치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로 잘 쓰인 글들은 글 자체로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이런 완벽에 가까운 글쓰기를 추구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이상 말이다.
글쓰기 연습 플랫폼으로서의 스팀잇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내 관점은 부정적이다. 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글이 실패할 경우 삶의 근간이 흔들릴 만큼 절박하거나 작성된 글에 대해 가감없이 평가를 당할 수 있을 만큼 (이른바 합평처럼) 평가가 적나라해야 한다. 매번 "꾸준함"을 가지고 글을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차라리 꾸준하게 쓰는 것보다 꾸준하게 말하거나 읽는 것을 권한다. Garbage In , Garbage Out이라는 유명한 어구가 있다. 우리의 글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어떤 의미있는 것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이에 기반한 생산물도 의미 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 꾸준하게 작성한다고 해서 우리의 컨텐츠가 갑자기 향상되거나 개선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발전에는 계기가 필요하고 듣기 좋은 말은 결국 그 상태에서 머물러 있게 할 뿐이다.
나는 사실 우리 대부분이 각자 상대방의 일상에 별반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 몇몇을 빼고는 말이다. 그래서 "키워드를 뽑아 조합해서 반응하기"는 정말로 효율적인 댓글 달기의 일환일 수 있다. 일상글을 보면 일상의 맥락을 파악하기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 입장의 차이와 이에 따른 토론의 가능성은 애초에 차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팀잇에서는 모두가 소비자이자 생산자의 역할을 가지므로, 나의 매대에 진열된 글을 상대방이 사주고, 상대방의 매대의 글에 대해서도 내가 사주는, 상호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리플은 자신이 상대방의 글을 읽었음을 나타내는 반응 수단이자, 상대방의 글에 들르는 사람들에 대한 잠재적 홍보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리플은 (극단적인 관점에서) 아무런 내용과 의미를 지시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글에 대한 "확인"과 "관심"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수단에 불과하므로. (최적 전략일까.)
불편한가. 그렇다. 나로서도 이런 주제의 글을 적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와 같은 다른 SNS 수단에 비해 스팀잇이 가지는 "차별성"(차별성이라는 것이 항상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님에 유의하자.)이 있다면, 로컬 마켓 하에서 상대방과 나의 컨텐츠에 대해 사고파는 행위가 좀 더 적나라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반박할 여지도 있다. 누구든 일정부분 이런 면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리고 이런 일들은 여기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발생 가능한 것이라고.
맞다. 하지만 어떤 플랫폼이든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결정짓는 구조와 규칙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어떤 규칙과 구조가 무엇을 강화하고 권장하는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보다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보상 중) 최적을 도출하는 행동과 전략의 존재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알고 행하느냐 모르고 행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