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날씨 좋은 날

qrwerq(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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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jeon, May. 2018, Nexus 5x


날이 상당히 좋았다. 햇살이 다소 따갑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바람이 선선해서 괜찮았다. 그늘 안은 무척 시원했고 쾌적한 느낌마저 들었다.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생각날만큼.


Daejeon, May. 2018, Nexus 5x


내가 간혹 누군가를 가르칠 때 물어보는 것이 있다. (사실 나는 누군가를 잘 가르치지 않는 편이다. 어지간하면 각자 알아서 살게 냅두는 편이다. 사람의 인식과 태도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상당히 지난하고 힘든 작업이다.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세계를 다루는 인식과 태도를 성장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큼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에만 누군가를 가르친다.)

"당신이 어디까지 모르고 있는지, 당신이 원하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이 부족하고 필요한지"에 관한 물음이다.

이 질문은 생각보다 대답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와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에 대한 경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아는 것을 나열하기는 쉽다. 하지만 전체 영역에서 우리가 알고 모르는 것이 얼마만큼 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은 결국 전체 분야를 조망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어디까지 모르는지, 모를 수 있는지"를 더듬어가는 것은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초석이 된다.


마음이 답답해져오는 발표가 하나 있었다. 말은 장황하고 분량은 무성한데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는. 그래서 어디까지 모를 수 있는지 스스로 아는 것은 참 중요한 것이다. 이 경계를 잘 알지 못하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게 된다. 나는 사실 모르는 것 자체에는 그렇게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배우면 되는 것이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때, 결국 모른채로 (아는 것처럼) 넘어가고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기만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다. 결국 무지가 문제가 아니라 무지를 다루는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났지만, 이내 측은해졌다. 주위에 누군가 애정이 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볼 뿐이다.


날이 무척 좋았다. 발표와 토론만으로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였다. 하늘을 깊게 바라보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맘씨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