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마을 내 친구의 150년된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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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형입니다.
모두 즐거운 설 잘 보내셨는지요? ㅎㅎ

gaeteul@gaeteul 님께서 몇일전의 포스팅에 친구분의 집을 소개시켜준 포스팅에서
저의 친구의 집에 대해서 한번 포스팅 해보라고 하셨는데, 마침 저도 주변에 좀 특이한 집에 사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ㅎㅎ 그래서 친구들의 집을 한번 소개 해보고 싶어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런 집이 있을 까 하는 정도의 집이라서.. 보시는 분들은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줄곧 도시에서 사시는 분들이나 조금 젊은 분들은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저희 마을은 골목길에 새끼 꽃게가 걸어다니고, 집 앞에 거물을 쌓아두는 비린내와 바다내음이 한껏 나는 어촌이었습니다.

최소 할아버지 때부터 이 마을에서 살아왔고, 몇세대를 걸쳐서 사는 집이 많았던 만큼 신기한 집들이 많았습니다.

할아버지 끼리 형동생, 아빠 친구의 아들이 내친구.
아빠 아는 동생의 아들이 내친구. 할아버지의 아는 동생의 아들의 아들이 내친구.
3대를 걸쳐 친분을 갖고있는 친구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친구들은 저의 힘든 날을 지지해주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구요. 저는 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마침 설이라서 그 친구들과 한잔을 하면서 각각 살던 집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에게 가장 가까운 세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가장 처음 소개시켜드릴 친구 전씨의 집은

집 천장에 고양이와 쥐가 뛰어다니는 집이었습니다.
어촌마을인 만큼 도둑고양이가 엄청 많았고,
수십년 전 어촌마을에 허술한 건축법으로 대충 지어진 집은 기와 지붕과 천장사이의 틈에 고양이가 살았고 가끔 우당탕 하면서 뛰어 다녔습니다.
고양이가 다닐만큼 어딘가에 큰 구멍이 있던 집은, 그만큼 벌레에도 허술 할 수 밖에 없었죠.
초등학교 시절 친구는 가끔 밤에 지네에 물렸다면서 울상을 짓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습기가 많은 곳에 사는 지네는, 비가 오고 난 후 친구의 집 어딘가에서 살다가 친구를 공격...
나쁜놈들 ㅜㅜ

그리고 하나 기억나는 건 이 친구의 집에 들어가면 메주냄새가 났습니다.
그게 불과 10년 전.. ㅎㅎ

3년 전까지 친구는 이런 집에서 살다가, 우리 동네에 들이닥친 재개발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주 살만 하다고.. ㅎㅎㅎ

두번째 소개시켜드릴 친구의 집은
저의 아빠의 형의 아들,
즉 사촌인데, 동갑이라서 친구로 지내는, 초 중고를 함께나온 가족이자 친구인데요. ㅎㅎ

저는 이 친구의 집에 가면 화장실을 절대 쓰지 않았습니다.
왜냐, 푸세식이었거든요.

푸세식이란... 변기로 물을 내리는게 아니라, 대변을 보면 그 대변이 그대로 2M 정도의 바닥에 떨어져서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가 어느정도 대변이 찼을때, 흔히 말하는 똥차를 불러서 똥을 퍼내는 ..그런 화장실입니다.

검정고무신에서 똥푸러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푸세식 화장실의 똥을 푸러 다니는 거죠.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차로 빨아들이지만..예전엔 삽같은걸로 펐다는..
더러운 얘기지만, 여름에 화장실에 들어가면 엄청난 파리와, 구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도 작년까지 친구는 이 집에서 살았습니다. 이 친구 역시 재개발 때문에 이사를 가게 됬는데 그냥 천국이라고 합니다.
더이상 이런 화장실을 안 써도 되니...

그리고 푸세식이라서 야외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ㅠㅠ
어촌마을의 제법 큰길에 위치해 있어서, 화장실을 갈려고 대문을 열고 나가면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저도 친구집 앞을 지날 때면 화장실에서 나오는 친구를 만날 때도 많았죠.

제가 친구 집의 도면을 한번 그려봤는데요.
보면 따로 씻을 곳이 없어보입니다. [화장실은 그냥 푸세식 변기 하나만 있음]
그래서 씻을려면 옥상에 올라가서 샤워를 해야했었습니다.
옥상에는 한평 남짓한 샤워실이 있긴한데..
그마저도 부셔져서
이제 샤워를 대문 바로 앞에있는 작은 세면대[수도꼭지 두개 튀어나온 ,,]에서 쪼그려앉아서 했었습니다.

제가 명절 음식같은 걸 들고 친구집을 가서 문을 활짝 열면, 문 바로 앞에 세면 대가 있어서
발가 벗고 샤워를 하던 친구가 깜짝 놀라서 넘어지고 그랬던 적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너무 노후화가 되서 벽에서 내려오는 수도관이 터져있어서
세면대에서 물을 틀면 벽에서 물이 줄줄줄 나왔습니다.
바깥 벽에서도 물이 줄줄줄..
밖에서 이친구가 샤워를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있는..

그냥 최악의 집이었습니다. 빨리 이사가고 싶다고 늘 얘기하던 친구가
작년에 드디어... 이 집에서 벗어나게 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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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세번째.

이 친구는 예전에 제가 드럼하는 친구라고 소개한적이 있는데,
집이 초가집이었습니다.
벽은 황토를 쌓아 굳혀서 만든, 지붕은 볏집?같은 그런걸로..
딱 아래의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image.png

이 친구 집엔 중학교 1학년인가요.. 매미가 와서 저희 동네에 물난리가 났을때 [물이 가슴팍까지 차올랐음]

한껏 물을 먹은 진흙 벽이, 보수공사를 하는 포크레인이 살짝 건들이자마자 폭삭 내려앉았다고 했습니다.

물난리가 나고 친구집이 괜찮은가 보러 갔는데,,,,
집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볏집이 흩어져있고 진흙 뭉텅이밖에 남아있지 않은 모습을 보고
어린나이에 엄청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어제 친구한테 자세한 얘기를 들으니,
그 친구의 고조? 또는 증조 할아버지는 한양에서 장군이었는데,
무슨 잘못을해서 우리동네로 유배를 왔다고합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가 지은 집이.. 이 초가집이었는데....
150년 전통을 가진 집이었다고 합니다.

이 집이 매미로 폭삭 무너지다니...

그 이후로 친구는 살 곳이 없어서, 마을회관에서 6개월간 살았다고 합니다.
저도 15년이 넘은 옛날이라 이 친구가 그렇게 힘들었다는걸 모르고있었습니다.
그후에 친구는 정부에서 보조 받고, 돈을 빌려서 새로운 집을 지어서 잘 살았지만,
지금은 역시 재개발로 이사를 갔습니다.

세명 모두 반경 20m 안에서 살던 터라 같은 추억을 이렇게 공유하는게 이젠 너무 아름다운?거 같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지만
집 때문에 가장 고생 하던 우리 친구 세명..
저도 그랬고 우리 친구 세명은 비오면 물 새는 게 당연했고, 집밖에 나오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똥개의 위협에 미친듯이 도망도 다니고,
서로의 집에서 하룻 밤 자는게 너무 귀중했던 그런 것들이 참 꿈만 같던 일이었던 거 같습니다.

이제는 재개발로 전부 없어진 마을이 되서
불과 몇년전만해도 맥주한잔 마시고 다같이 집에 가는 그런 풍경도 이제 사라져서 씁쓸하기도 했네요..
그리고 이제 각자의 살길을 찾아서 저는 일본으로, 고양이가 천장에서 뛰놀던 집에 살던 전씨 친구는 호주, 초가집 살던 드럼치는 친구는 서울로 가게되어 언제 한번 찐하게 모일지도 모르겠지만,

흐른 세월을 이렇게 느끼니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29세지만, 나이먹고 지난날을 돌이켜본다는게 이런 느낌이었네요. ㅎㅎ

아직 살 날이 많으니, 앞으론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게 모두가 건강하고 잘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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