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날은 장을 보러 간 홈플러스의 정육 코너에 포장되어 있던 안심 고기가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안심 고기를 도대체 어떻게 손질을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가 그렇게 생긴 녀석인지는 모르겠으나 먹음직스럽게 잘 정돈되고 이쁜 모습이다 보니 그 맛도 훌륭할 것이라 기대를 했나 보다.
처음 해 본, 안심스테이크. 아스파라거스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지만 녹색이 주는 느낌과 그나마 기다란 생김새로 플레이팅을 그럴싸하게 해 줄 꽈리고추를 볶아서 올려 보았다. 붉은 파프리카와 애호박을 올리브유를 둘러서 함께 구워서 올린 것이 가니시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과 맛을 살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 것 같다.
로메인 상추 위에 조미된 킹 크랩 맛살을 잘게 잘라서 올린 다음 약간의 케이퍼도 올려 보았다. 드레싱은 풀무원에서 출시한 "화이트 와인 비네거 드레싱"으로 마무리를 하였는데, 상큼하고 달달한 맛이 입안을 싱그럽게 했다. 각 재료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스테이크의 사이드 메뉴로써 아주 훌륭했다고 자찬을 해본다.
늘그막에 배운 소의 맛에 지난 한 해 동안은 귀신들린 듯 소고기를 먹어댔다. 그렇다고 그다지 충분치 않은 가계 사정에 매일 식탁에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아주 값비싼 부위나 등급의 소고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훨씬 이전의 내 삶에는 소고기는 아예 있지도 않았을 정도로 싫어했던 음식이었으나 어느 계기를 맞아 그 맛에 흠뻑 빠져 버린 것이다.
그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내를 위해서 대신 요리를 하겠다고 주방에 섰을 때는 잘하고 싶었고, 또 그럴듯한 외형으로 맛깔난 접시를 대접하고 싶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 덕분에 꽤나 적당한 정도로 굽기에 성공했고, 간을 조절하는데도 큰 무리 없었다. 한 점 썰어서 입에 넣어 주었을 때, 아내는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그 덕에 나 역시 만족스러웠고, 맛을 본 이후에는 스스로 뿌듯하기까지 했다는 사실. ;)
마지막으로, 안심과 함께 구입한 1등급 채끝살을 구웠다. 갓 지은 흰쌀밥과 함께 먹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굳이 말해서 무엇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