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모두가 식사를 하던 밥상 위에 대고 토악질을 하던 나에게 아버지는 별안간 욕이란 욕은 다 하셨고, 남동생은 소리 내어 쯧거리며 "왜? 맛있는데 함 무바라" 라고 하며 빈정거리고 있었다. 그날이 처음으로 버섯을 입에 넣은 날이었고, 또 십여 년이 넘도록 먹지 않은 마지막 날이었을 것이다. 그토록 버섯이 싫었다. 그것이 양송이건 세송이건 버섯이란 버섯은 모두 내겐 입안의 지렁이였으며, 팬티 안의 낙지 같은 부류였다.
결혼 후 집사람 때문에 먹기 시작한 버섯은 아니다. 내가 버섯의 참 맛을 알게 된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부대의 큰 훈련을 마친 후 삼겹살 파티를 했던 적이 있다. 배고픈 군인들에게 굳이 무슨 버섯이 필요했을까만은 당시 행정보급관께서 세송이와 양송이버섯도 사다가 주셨기에 함께 구워 먹었던 것이다. 나 역시 배고픈 군인이었고, 노릇하게 구운 버섯들을 신나게 먹는 소대원들을 보면서 호기심에 이끌려 몇 개 먹어본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찌개용 두부와 파프리카와 버섯을 약한 불에 살짝 익힌 다음 겹겹이 쌓은 다음 그 위로 집사람의 레시피로 짭조름한 맛의 양념을 가미시켰다. 적당히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이 음식은 과연 반찬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집사람의 이 음식에 대한 생각과 양념의 레시피에 적잖게 놀랐었다. 물론, 맛도 훌륭했으니 더욱 좋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는 동안 이렇게나 많은 양의 양배추를 먹었던 기억은 없었을 것이다. 결혼 후, 집사람은 줄곧 위장 장애로 고생을 하는 나를 위해 항상 양배추를 권하고 있다. 사실, 양배추는 내 입장에서는 채소치고는 꽤 질긴 것이어서 그런 것 같은데, 가능하면 피하는 채소라서 처음에는 집사람의 이러한 노력이 부담스럽고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람은 여전히 가능하면 어떤 식으로든 양배추를 먹을 수 있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배추와 양배추, 그리고 달달한 장수 사과를 채 썰듯 썰어서 마요네즈와 함께 잘 버무린 이 샐러드는 밥반찬으로는 조금? 적절치 못한 것 같아서 결국 남기기는 했지만, 간식용이라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매 끼니 다른 음식을 반찬으로 올려 놓기 위해 고심하는 집사람의 노고와 그 깊은 사랑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