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ssay 8. <낙엽이 떨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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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motionalP, 단편 발상 001 | 낯선 계절의 반복 中

낙엽이 떨어지기까지

도로 앞은 은행 낙엽으로 뒤덮여있다
곱게 말라죽은 보도의 샛노란 은행잎
바퀴에 짓이겨 검게 물든 도로의 은행잎
누구나 한 뿌리에서 여름 햇살을 배우며 자란다 그러나
삶의 한기가 몰려오기 전엔 알지 못했다네
바람결에 함께 춤추던 시절에도
누군간 굵은 나무 가까이 미동도 없이 자랐다는 걸,
또 누군가는 가지 끝에서 더 크게 흔들리며 살아왔다는 걸
도로 위에 떨어진 이들은 대부분
가지 끝에서 휘청거리며 자란 이들이었다는 걸
낙엽 쏟아지는 은행나무 앞에서 나는
너무도 많이 흔들리며 살아왔구나 그러나
나는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
가끔은, 가끔은
멀리 뻗은 낙엽이 훨훨 날아
다시 나무뿌리로 떨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안전지대에 태어나고, 누군가는 간발의 차로 고난의 길을 겪어야 하는 복불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 - emotionalP, 단편 발상 001 | 낯선 계절의 반복 中

길가에 떨어진 낙엽은 인간의 삶을 닮았다. 날 때는 모두 목청 돋워 울고, 어려서는 동요를 부르며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며 지낸다. 낙엽이 한때는 모두 새싹이었고, 나무에 어우러져 있었듯이. 하지만 그 순간에도 어떤 새싹은 든든한 나무 몸통 주변에서 자라 미동도 없이 지내고, 가지 끝에 매달린 새싹은 작은 바람에도 크게 허공을 휘저었다. 그 사이 낙엽이 되기도 전에 바람에 날아간 새싹도 있었으리라. 때가 이르지 않았는데도 벌써 땅에 닿아 누런 낙엽이 된, 어린 어른들 말이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온다. 어디서 자랐든 잎들은 모두 제 갈길 가야할 날을 알고 있다. 분명 몸통 가까이, 든든한 버팀목 위에서 자랐던 이들은 곧장 나무뿌리로 떨어질 확률이 높을 거다. 가지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잎들이 멀리 날아 도로변에 떨어질 확률도 높다. 그러나 ‘떨어지는 동안’ 바람이 불어온다면, 오히려 멀리 날아가던 ‘가지 끝의 잎’들이 나무뿌리를 향해 돌아오기도 하고, ‘예정대로’ 나무뿌리로 향해야 했던 ‘안쪽의 잎’들이 밖으로 휩쓸려나가기도 한다.

오래 흔들렸다고 해서 다시 나무뿌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고, 흔들려본 적 없다고 고난에 빠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건, 우리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그 순간 바람이 분다면, 그 바람을 탈 수 있는 건 멀리 날아가던 '가지 끝의 잎들'뿐이라는 것.

흔들리며 살아왔다고, 그래서 짓이겨질 필요는 없다. 다만 때를 알고 떠나는 이 짧은 비행의 순간에,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길.


*이 시의 영감과 사진은 emotionalP님에게서 얻어왔습니다.
*관련 글 : 단편 발상 001 | 낯선 계절의 반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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