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룸 31. <베일리 어게인>, 우리는 사랑할 줄 몰라서 개를 키우지만, 개는 사랑할 줄 알아서 우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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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 어게인>, 우리는 사랑할 줄 몰라서 개를 키우지만, 개는 사랑할 줄 알아서 우리를 만난다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에서 제공한 <베일리 어게인>시사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베일리 어게인>은 11월 22일 개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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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애견인들의 오랜 궁금증. '이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사진 : 다음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7)

1. 개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


이 영화의 강점 하나가 있다면, 우리가 가끔 상상하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개는 무슨 생각으로 우리 곁에 있을까’라는 상상을 표현해냈다는 점이다. 영화 내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베일리(조시 게드)의 목소리나 그 내용은 당연히 모두 허구다. 그러나 그걸 상상해봤다는 것, 또 그걸 그럴싸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냈다는 건 대단한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제작에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어린 아이와 동물을 장면에 포함시키는 것’이란 소리도 있지 않은가.

이 영화 이전에도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동물이 그 주인공이 되는 영화는 늘 그 연출 방식을 궁금하게 만든다. 더욱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베일리는 ‘환생’까지 하면서 전혀 다른 네 마리의 개를 동일한 개로 연출하지 않나. 어색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네 마리를 하나의 개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다면 더더욱. 어쨌거나, 개의 행동을 이야기로 만든다는 것, 그 상상력을 나름 깔끔하게 전개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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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견으로 또다시 태어난 베일리 *사진 : 다음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7)

2. 네 번의 ‘견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베일리는 네 번 환생하는데, 그 네 번의 환생을 합치면 얼추 한 사람의 인생과 맞먹는다. 그래서 베일리가 보여주는 네 번의 환생은 단순히 재미요소나 영화적 동력으로 써먹기 위함이 아니라, 한 인간이 인생을 관통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동안 개는 무엇을 하는가, 그걸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실로 베일리는 네 번 환생하는 동안 남녀노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주인으로 만나게 된다. 먼저 베일리는 첫 번째 생에서 베일리로서 어린 이든(브라이스 게이사르)을 만나고, 그의 청년기까지 함께 보내면서 그의 여자친구 한나(브릿 로버트슨)까지 만난다. 여기서 베일리는 인간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까지 만나게 되는 셈으로 사람 인생의 초반부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 다음 생에서 베일리가 만나는 주인은 대학생 마야(커비 하웰 밥티스트)인데, 그녀가 알(푸치 홀)과 만나 결혼하기까지 결혼기의 인간들을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생에서는 이혼한 뒤 독거하는 경찰관 카를로스(존 오티즈)와 생활고로 불화를 빚는 부부, 결혼 후의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즉, 정리하면 베일리는 환생을 거듭하면서 인간의 초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만났고, 마지막에는 노년기의 주인을 만나면서 결국 사람의 인생 전체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베일리가 만난 주인들 모두 관계의 결핍을 겪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관계의 결핍을 겪는 이유는 모두 표현의 부족 때문인데, 이 작품은 사랑과 표현을 주저 않는 베일리의 시선을 이들 모두에게 투입시키면서 그 순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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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진 : 다음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7)

3. 우리는 사랑할 줄 '몰라서' 개를 키우지만, 개는 사랑할 줄 '알아서' 우리를 만난다


관계의 결핍. 그것 말고도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진실로 개를 ‘원해서 키운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이든도 차에 갇힌 베일리를 구하면서 키우게 됐고, 마야도 외로움에 지쳐서 개를 입양, 카를로스는 아예 직업 때문에 개를 받아들인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어쨌거나 본래 이들은 ‘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극중에 등장하는 개, 베일리의 의미를 생각하면 이들에게 ‘표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극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말을 건네지도 않고, 관계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끼어있어도 꺼내서 해결해보려고 하질 않는다.

영화가 이런 ‘표현 벙어리’들에게 베일리라는 러닝메이트를 붙여준 까닭은 그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자꾸 복잡해지는 건 값을 대입해보면 될 일을 자꾸 방정식을 만드는 탓이다. 일어나지도 않을 결과를 미리 만들어서 예측하고 계산한다. 물론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도 있지만, 사람관계는 드러내지 않고는 절대 확인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그건 마치 배가 고픈데 맛있는 사과를 두고 ‘아마 저걸로는 배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짐작하는 것이랄까. 일단 사과를 먹어보고 배가 얼마나 차는지 보면 될 일이건만, 우리는 그저 보면서 생각만, 그 사이 사과가 썩기만을 기다린다.

이 영화의 원제(A Dog’s Purpose)처럼, 개가 주인을 만나는 목적을 살펴보라. 개는 주인과 그 자신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꼬리를 흔들고 달려와 얼굴을 핥는다. 목적에 따른 행동이 명확하기 그지없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또 그런 행복 속에 있고 싶다면서 행복할 일은 전혀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해답은 가장 단순한 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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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작가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미디어'
마나마인(https://www.manamine.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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