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2인분이 되고 싶다.

piggypet(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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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은 머리 숱을 치러 미용실에 간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한 달 반정도 그냥 둔 이 머리카락은 자랄대로 자라서 묶고 있을 때면 뒷목을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 가보는 미용실로 들어가 ‘저 숱만 쳐주세요’ 하니 금방 잘라주셨다. 다 자르고 나서 미용사가 말한다. ‘2인분 잘랐어요. 머리숱 진짜 많으세요’ 내 머리는 2인분인가보다.

오늘은 시작과 끝의 날이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있는 한반도 평화의 시작 날이기를 바라고 나의 한 달 약국 실습의 끝 날이기도 하다.

직업이 선생님인 사람중에 정말 거리낌없이 질문하고 배울 수 있는 스승님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약사 (藥師) 의 한자는 스승 사 를 쓴다. 여기 약사 선생님으로부터 한달간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세 달간의 병원 실습에서보다 훨 많이.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특히 일회성 관계에서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환자를 대면한다는 게 처음에는 무서웠다. 처음 한 주는 달달 떨면서 복약지도하고, 뒤로 들어와 심호흡을 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지 않길 바라며 ‘제발 말걸지 마라’ 는 생각에 환자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 랩하듯 내 할 말만 읊었다. 지켜보시던 약사님은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내가 뭘 할 때마다 화이팅! 응원해주셨다. 처음에는 해야한다는 일이기 때문에 억지로 해왔던 일을 몸에 익히며 자연스럽게 하게 된데에는 한 주가 걸렸다. 한 주만에 익히는 것이 빨리 익힌 것이라며 자기몫까지 2인분의 일을 했다고 격려해주신다. 우리 집에서 부모님에게도 이런 응원을 받아본적이 없어 더 의지가 되었다. 약국 업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 것도 마음에 많이 남아 도움이 되었다. (말이 그냥 많으시기도 하다..) 이것 저것 먼저 이야기를 해주신 덕에 나도 마음을 열어놓게 되었다. 마침 나에게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그득한 시기였기 때문에 할 말이 많았다. 듣고 싶은 말도 많았고. 내가 과연 2인분을 해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배운 바는 남들의 2배를 배웠으리라. 좋은 사람, 좋은 공간에서의 꽉 찬 한 달이 나의 성격도 바꿔주고 가르침도 받은 시간이었다. 돌아서면 머리자르듯 잃어버리는 가르침과 지식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이 한 달이 추후 2인분의 역량을 발휘하는 나를 만들어주길.

ps. 먹는건 이미 2인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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