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일기 2 - The Sad Cafe (@johnyi님의 시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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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계속 일을 하다보니 진동이 울리는 지도 몰랐다. 잡일을 하고 처방전이 다 나가 조금 한산해지니 핸드폰을 꺼낼 수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꽤 많이 와있었다. 모두 같은 번호였다. 통신사에 이름을 등록해 두었는지 마치 내가 저장해 둔 것 처럼 이름이 뜬다. 인천 00우체국 집배원. 따로 시킨 것도 없는데 계속 전화가 오는게 이상했지만 굳이 내가 먼저 전화를 걸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퇴근하니 대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있다. 그냥 택배가 아닌 등기, 2차 방문까지만 배달을 해주고 배달하지 못할 경우에는 반송된다는 안내서이다. 다음 날 오전에 안내서에 써있던 우체국으로 전화를 걸어 일때문에 직접 받을 수는 없으니 꼭 집앞에 놓고 가달라고 부탁한다. 아저씨는 등기가 없어질까봐 걱정하셨고 얼굴도 본 적없는 우체부 아저씨를 유선상으로 안심시킨다.

택배를 받아 뜯는 순간은 나에게 엄청나게 큰 쾌감의 순간은 아니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자주 하는 친구들은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의 순간이라는 말을 하지만 나에게 택배를 뜯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뜯고 난 포장지와 박스를 분리수거 하기 위해 정리해야하며, 행여 완충재나 스티로폼이 같이 온 경우에는 해체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무언가가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어디서 뒹군지도 모를 택배의 겉에는 먼지가 수북하기도 하고, 예전에 누군가의 글에서 보았듯 택배를 보관하는 창고에서 바퀴벌레의 알이 딸려와 그 무시무시한 번식력까지 같이 배송되는 경우를 생각하며 매번 꼼꼼히 확인한다. 기대하던 물건을 까보는 일에 스트레스가 합해지니 가끔은 물건은 그냥 직접 사와서 쇼핑백을 여는 정도의 간단한 과정만을 거치고 싶다.

얇은 시집이 들어있는 등기는 다행히도 두꺼운 종이 봉투에 쌓여있어 해체가 수월했다. 겉에는 뭔가 귀여운 글씨체로 보내는 사람이 왼쪽 위에, 받는 사람은 오른쪽 아래에 써있다. 누군가가 손으로 내 이름과 주소가 쓰인 봉투를 받는 기분을 알게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얇은 시집은 최근에 산 한병철교수님의 책과 거의 사이즈가 똑같았다. 가지고 다니기 좋은 책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면 시집에 더해 사탕하나가 들어있진 않나 기대하고 봉투를 탈탈 털었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업무시간에 고통받던 와중이라 낮엔 이 시집을 읽지 못하지만 아침과 밤에 시간을 쪼개 몇장씩 읽기로 정한다. 그렇지만 업무때문에 받는 고통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스트레스 해소와 나 스스로의 위로를 위해 갑자기 시집을 다 읽어버렸다.

johnyi@johnyi 님에게 받은 시집을 읽고 후기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다가, 시를 써서 전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냥 일상글도 썩 잘 쓰지 못하는데, 처음 써보는 시는 시 쓰는 사람이 볼 때 어떤 모양새라고 생각할지 예상이 안되지만 그래도 일단 씁니다. 글의 마크다운 스타일은 쪼니님의 스타일을 따라했습니다.

스팀잇에 직접 쓴 시와 좋은 시를 공유해주는 johnyi@johnyi 님 덕분에 가끔은 예상치도 못하게 감성적인 마음이 되었다가, 공감을 얻었다가, 위로를 받기도 해요. 관심있는 분들은 스팀잇 첫 번째 시집 출간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ps.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물 한잔의 인사' 입니다


분침이 3의 배수가 되면 열리는 문 앞에 선다.
와르르 빠져나올 때
비집고 들어가 눈치를 살핀다.
우연한 기회에
엉덩이를 붙인다면
가볍기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종이책을 펼칠 수 있다.

그 아침에 읽은 몇 문장이
그 날의 기둥이 되고
멍울이 된다.

오전 8시 / piggypet@piggy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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