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자취방으로 향한다. 한 달 만에 가는 거지만 어느새 자취 4년차가 되었기에 본가에서 자취방으로 가는 길은 피부에 배어있고 핸드폰을 보면서도 가장 빠른 루트로 이동할 수 있는 경지에 달한다. 운이 좋아 앉은 일요일 인천행 급행열차에서는 옆자리에 이어폰을 낀 할아버지가 유투브를 보신다. 연신 들썩이는 어깨와 탭을 추는 발동작에 뭘 보시나 하고 눈을 흘깃하니 pink floyd의 공연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계속 재생중. 할아버지가 아니신가? 나이드신 분들은 뽕짝만을 좋아하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방법은 아예 모를 거라 생각한 나의 고정관념이 부끄럽다.
겁보에 쫄보인 나는 혼자서는 웬만하면 밤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에서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걸어가는 동안에는 절대 음악을 듣지 않는다. 왠지 속도를 줄일 수 없는 차가 빠앙- 하고 달려드는 것을 듣지 못하고 깔릴 지도 모른다거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어 몇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가는 밤에 누군가가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끼는 건 버스를 타고 난 후, 지하철을 타고 난 후이고 내리기 몇 초전 이어폰을 벗어서 가지런히 정리해 다시 파우치 속으로 넣는다.
오랜만에 자취방에 오니 이 곳이 내 공간이었던 한 달 전이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진다. 그래서 단 한 칸의 방을 쓸고 닦고 밀린 빨래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집안일도 만들어 내며 다시 이 집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방 한가운데에서 스팀잇도 하고, 책도 보고, 남은 미드도 끝낸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2를 끝냈어요!) 그러다가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깨닫는다. 월요일부터 처음 가보는 동네로 출근을 해야하고 다시 일찍 일어나야 하며 다시 부지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일찍 자리에 눕기로 한다. 뭔가 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 공간이 어두컴컴한게 싫어서 화장실 불을 켜두고 누워 멀뚱히 천장을 쳐다보니 온갖 소리가 다 들린다. 이 소음과 어둠 속에 내가 누워있는 침대는 외딴 배같기도 하고 혼자인건 너무 뚜렷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음악을 켜두고 잔다.
오 너무 감성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