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임말 쓰지 않고 편하게 쓰겠습니다.)
밤이 깊도록 잠에 들지 못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이다. 이를테면 오전에 잠을 넉넉히 자 두었다면 밤에도 정신이 또렷하여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그처럼 물리적 요인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왜 나는 눈을 감는 것으로 시작하는 수면의 예비동작을 취하지 않는 걸까. 시도는 해봤다. 예의 바른 자세로 누워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그분이 오시길 기다리는 일 말이다. 이내 이불을 박차는게 문제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본다. 성실한 운동선수처럼 (자발적으로) 수면의 예비동작을 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잠이 오지 않아도 부러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공상의 나래를 펴기 위해서였다. 기능이란 기능은 깡그리 갖춘 만능 자동차를 운전하길 즐겼다. 스트레스는커녕 잠과의 만남을 고대했다.
어느덧 나는 어른(?)이 되었고, 잠의 방문을 훼방하며 (이 새벽에) 나는 왜 불면하는가라는 시답지 않은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불면하는 주된 이유는 나와의 대면을 꺼리기 때문인 듯하다(단정하진 못하므로 유보적 표현을 쓴다). 자연 빛이 스러진 자리를 어둠이 장악할 즈음 나는 인공 불빛마저 제압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때 어김없이 불편한 기억이 달려든다. 자기반성적 기억은 어둠을 편애하는 모양이다.
불편한 기억에는 하잘것없는 것부터 꽤나 묵직한 것까지 지위 고하가 있다. 그것들을 마주하고 잘 삭여야 할 터인데. 외면하고 회피하려다가 잠에 드는 시간을 유예하고 또 유예한다.
(저는 또 수면열차를 놓쳤네요. 아니, 제가 오르지 않은 거죠. 아직 깨어 계신 분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