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다시피 글쓴이는 스팀잇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토론(?)을 꽤 흥미롭게 지켜봤다. 굳이 말하자면 삼자적 시점으로 관망했달까? 글쓴이는 스팀잇이 머지않아 망할 것이라는 말을 믿지 않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변변치 않았던 기업이 크게 성공하는 모습도 봤고, 절대 망하지 않을 것만 같던 기업이 도산하는 광경도 봤다. 글쓴이가 스팀잇을 하는 이유는, (아직까진) 재미있어서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나름 성의 있게 글을 올리면 남들이 보팅도 해준다. 그래서 재밌다.
어뷰징하는 분들의 행동 기제는 이해할 만하다. 큰 돈 넣었으니, 최대한 단기간에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이 일 터. 이건 거의 상수다. 글쓴이는 과거 서든어택이란 게임에 빠진 적이 있다. 계급이 높다고 총의 데미지가 높아지는 것도 아닌데, 별 달겠다고 어뷰징하다가 운영자에게 제재 당하는 유저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사람이 그렇다. FPS 게임에서도 어뷰징을 하는데, 하물며 스팀에 목돈을 투자했다면야······.
생각해봐야 할 것은 어뷰징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거의 상수다. 테니스로 치면, “어뷰징 막으려고 하지 마라. 어차피 못 막는다.”가 서브라면 “완벽히 못 막는 거 안다. 그래도 최대한 막는다.”는 리턴이다. 그러니 어뷰징 못 막으니 제재하지 말라는 말은 하나마나한 말이다. 아파트 화장실에서의 흡연을 근절하지 못한다고, 그것을 막으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어뷰징을 싫어할까? 글쓴이는 그것이 인간이 지닌 정의의 직관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백일장에 나가 1등을 했는데 쥐꼬리만큼의 상금을 받는다면. 그 이유가 입상은커녕 순위권 한참 밖의 인물이 상금을 대부분 차지해서라면. 사람들은 그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다수가 쫓는 주장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간 성의껏 올린 게시글이, ‘2+2=5’ 정도의 게시글보다 보상을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무리는 무슨, 옳지 않은가?
글쓴이도 어느 정도 공을 들인 글엔 이른바 셀프보팅을 한다(댓글 빼고). 돌이켜보면 좀 부족한 글에 셀프보팅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셀프보팅은 그런 것이 아니다. (누가 봐도) 노력 1%도 함유되지 않은 콘텐츠에 셀프보팅을 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므로 “셀프보팅도 못하느냐.”라는 말은 나태한 항변이다. 중요한 것은 셀프보팅 앞에 붙는 ‘어떤’이라는 수식어다. 어떤 셀프보팅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본다. ‘누가 봐도’라는 기준을 세우는 일에 애쓰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글쓴이가 담합보팅을 목격한 일은 없으나, 그게 (크게 보면 커뮤니티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안다.
증인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처음에 그걸 보고, “아, 그런가?”했다가, 반론을 보고 “아, 그런가?”했다.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문제가 있으면 바꿔야 하고, 현 시스템에 별 문제가 없으면 그냥 두면 된다. 글쓴이가 안타까웠던 점은, 평소 어뷰징을 했던 분들이 달을 가리키면 사람들은 그분들의 손가락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주장이 무리한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설령 합리적 주장이었더라도 그것을 관철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스팀잇은 평판을 중시하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삼자적 시각을 견지한다고 했지만, 글쓴이는 어뷰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 “당신도 고래였으면 어뷰징했을 거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 말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없다. 어뷰징에 반대하는 다수의 스티미언들이 라켓을 들고 반대편 코트에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누군가를 비난하려고 이 글을 쓴 게 아니다. 스팀잇(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커뮤니티)의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얼마전 친구에게 스팀잇을 소개했다. 게임 관련 글도 쓰고, 맛집도 다니는 친구라 스팀잇을 권했다. 괜찮은 글을 올리면 돈도 벌 수 있다고 했다. 어뷰징하면 돈 벌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언론에서 스팀잇을 보도할 때도, 콘텐츠를 생산하면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집중한다. 어뷰징이 판친다는 보도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친구가 아이디만 만들고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글 한번 올려보라고 해야겠다.
사족 : 제가 잘 모르고 펜을 휘두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오류가 있으면 가감 없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