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교양 잡지가 있다.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한국에도 그런 게 있더라. 관심 있다면 필기하셔야 한다(까먹으니까). <고래가 그랬어>의 발행인은 김규항 씨다.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글쓴이가 김규항 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분이 진중권 씨와 글로써 치고받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둘 다 혈기 왕성했는데···. 김규항 씨 글을 읽으면, 이 사람 참 글을 매끄럽게 잘 쓴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의 논지에 동의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차치하고. 김규항 씨는 꽤 오래전부터 자신을 '좌파'로 규정했다. 한국은 이념전쟁을 겪은 나라이고, 레드콤플렉스에서 여태 벗어나지 못한 나라이다. 옛적부터 태연히 본인 이마에 좌파 딱지를 붙이고 다닌 것은 참으로 과감한 행동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2
MBC라는 방송사가 있다. 김규항이나 <고래가 그랬어>에 견줘 명성도가 비약적으로 높은 당신도 알고 글쓴이도 아는 그 방송사 말이다. MBC는 김민식이라는 보물 같은 PD를 보유(?)하고 있다. 이분이 만드는 드라마가 요사이 방영하는 듯한데, 잘 되기를 응원한다(뜬금없다?). 이분,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영어를 꽤 잘하는 모양이다. 책도 낸 저자이다. 출판한 도서명이 모든 걸 말해 준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김민식, 위즈덤하우스, 2017). 이 책의 요지는 괜찮은 영어 회화 책을 선정하여 그것을 통째로 외워 보라는 것이다(한번 해봐?). 글쓴이는 이따금 이분의 블로그에 놀러간다. 김민식 PD는 딸을 위해 <고래가 그랬어>를 구독하는가 보다. 그는 해당 잡지에서 눈여겨본 시를 본인 블로그에 올려놓았다.
어이없다 (충북 충주시, 13살 방모 어린이)
누나가 동시 쓸 때
쓸 거 없다고 하자
"그래, 그거야. 쓸 거 없다고 써봐."
선생님의 말씀
누나가 쓸 거 없다고 써서
진짜 상을 받았다.
누나가 쓸 거 없다고 썼다고
말할 때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입상 책에 진짜 쓸 거 없다가 나왔다.
그래서 난 그 일이 어이없어
지금 어이없다를 쓰고 있다.
3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다. 채집된 소재가 있거나 기발한 영감이 떠올라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어찌 보면 편향이다. 인용한 동시에 나오듯 글 쓸 게 없다는 푸념에서부터 글은 시작하고 어쩌면 성의 없어 보이는 그 글은 그를 보며 어이없어 하는 또다른 글을 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