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자로부터 진정眞情을 바란다. 타자로부터 진정을 바랄 수 없다. 소망과 현실의 상충은 으레 인간을 괴롭힌다. 그리하여 꾀를 낸다. 진정을 원하는 대상을 한정하자고. 아무개가 말했다.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당연히 진리는 아니다. 세상사 일장일단, 長을 고취하고 短이 위축되는 선택을 할 뿐.
2
"스팀잇은 유토피아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쌍수 들어 동의. 주지하다시피 유토피아의 뜻은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이다. 스팀잇은 독특한 SNS이다. 독특하다라는 형용사는 장점과 단점을 아우른다. 내 보기에 스팀잇이 함유한 장점의 으뜸은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3
한 사안을 두고 많은 사람이 미심쩍어 함에도 그것을 확증할 방법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더구나 그것이 사법 처리 대상이 아니라면? 의혹의 당사자에게 해명을 요청할 수 있다. 되돌아온 답변이 이율배반으로 점철돼 있다면? 뾰족한 수가 있을까. 사안을 정돈한 후에, 감정의 자유 시장에 내맡길 수밖에.
4
인간을 추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인간을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사랑할 수 있으나 그 앞에 맹목적이란 수사가 붙으면 몹시 거북하다. 위인전은 여과하여 독해해야 한다. 위인, 그러니까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에게도 못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명은 부각되고 암은 은폐된다.
역사
역사책은 참 이상하다. 왕과 장군의 이름만 나온다.
워털루 전쟁 대목에서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졌다"라고만 돼 있다. 어디 나폴레옹이 싸웠나? 졸병들이
싸웠지. 역사책 어느 페이지를 들춰봐도 졸병 전사자 명
단은 없다. 『삼국지』를 봐도,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제갈
량한테 대패하다"라고 되어 있다. 어디 조조와 제갈량만
싸웠나? 졸병들이 싸웠지.
마광수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