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모처의 백화점으로 가, 모처럼 자본주의 시민으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양쪽 어깨엔 (아무도 내게 부여하지 않은) 내수 경기 활성화라는 막중한 책무가 얹혀 있었다. 올여름에 함께할 상의를 찾아낼 요량으로 이곳저곳 매장을 기웃거렸다. 추후 이에 관해 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짐짓 이변은 없었다. OOO의 의복 구매 원칙에 의거하여 처음에 눈 맞은 옷의 소유권을 내게 이전시켰다(아파트 사니?).
안 하던 쇼핑을 일사천리로 해치우면 체할 거 같았기에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가졌다. 스타벅스에 가 보니 공석이 없었다. 테이크아웃하려고 했으나 길게 늘어선 줄은 내게서 전진前進이라는 단어를 앗아 갔다. 반짝거리는 이 기업,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이토록 인기가 많을까? 별안간 스타벅스 주주들이 부러웠다. 내가 스타벅스 주주였다면 만석인 매장, 신의 물방울이라도 받아 가려는 듯 도열한 사람들, 일련의 풍경에 도취했으리라. 돈 들어오는 광경에 희열을 느끼며(속물이냐). 아쉽게도 나는 스타벅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꿩 대신 닭 취급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근처의 폴 바셋으로 갔다.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폴 바셋은 매일유업, 아니 인적분할을 했으니 매일유업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 그 자회사인 (헉헉, 숨차다) 엠즈씨드가 운영한다. 폴 바셋은 세계적(?)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호주인의 이름이다. 그가 이름을 빌려주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명목으로, 엠즈씨드가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구구절절 자세히도 쓰네). 아이스라테를 주문하니, 점원이 우유 종류를 고르란다. 두유도 있길래 두유를 골랐다. 이곳에도 빈자리는 거의 없었다. 백화점 안의 카페만 놓고 보면, 한국 경기 만세였다. 두유를 섞은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에 갔다. 눈에 밟힌 적은 있었지만 꼭 필요하진 않다며 수중에 넣지 않았던 물건이 있었으니. 그날은 무엇에 이끌린 사람처럼 그것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스팀잇에서 음악 관련 포스팅을 왕왕 접한 것이 충동구매의 크나큰 원인 아니겠냐는 나름 묵직한 결론을 서둘러 내렸다. 처음엔 블루투스 스피커에 기울었지만 결국엔 CD플레이어로 낙점했다(블루투스는 위 피사체와 틀은 같은데 CD 들어가는 자리까지 스피커(?)로 메워져 있다). 생각해 보니 집에 블루투스 스피커가 하나 있었지만 빈번히 사용하진 않았다. 휴대전화를 거치는 작업이 생각보다 성가셨던 게다. 자의적 선곡이 불가한 단점도 있으나, CD플레이어는 휴대전화에 신세질 거 없이 remote control 하나로 해결하는 간소함이 있다. 재생 버튼을 누르니, CD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고 짧은 공백의 시간을 누리다 마침내 음악이 나왔다(환호). 오! 디지털 재생 방식에 익숙해진 내겐 이 사소한 공백마저 운치로 다가왔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음악을 듣는 분들은, 뭐 저런 조악한 제품을 들였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한다. 고막이 업그레이드됨으로써 다른 장비를 찾는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겠다만.
문제는 집에 CD가 없다. 좋은 음반 있다면 추천 부탁드린다.
쇼핑 풍경을 좀 더 묘사할 수 있으나, 일일이 써내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여 급하게 글을 마칩니다. 음반 추천 부탁해요. 기왕이면 세기의 명반으로.